"감독당국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 이후에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누구를 뽑았는데 우리 말 안들었어? 이러면 문제겠지만 그런 것도 단연코 없을 겁니다. 다만 본인들이 결정하는 건데 채용 비리 리스크가 있으니까 그것을 감안해서 결정을 하시라, 그런 부분은 감독 당국이 얘기할 할 권리가 아닙니까? 문제가 벌어지고 가만히 있어야 합니까?"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3연임에 우려를 표명한 감독당국 대해 '관치 금융' 논란이 일자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관치금융과 금융감독은 한 끝 차이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른 주요 금융지주와도 면담을 계속 실시해 왔는데 왜 유독 하나금융 건에 대해서만 일부 언론이 과도하게 반응하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감독 당국의 수장인 윤석헌 금감원장도 같은 생각이다. 윤 원장은 27일 한국금융연구원 주최 금융경영인 조찬 모임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은 감독 당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법원에서 (함 행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니 그 부분에 대해 법률 리스크를 잘 체크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주요 은행의 경우 많은 국민이 예금을 하고 주주도 있다. 공공성이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라이센스를 받은 자만이 금융업을 할 수 있다"며 "은행이 잘못될 경우 발생하는 엄청난 공적 자금의 투여를 막기 위해 감독 당국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번에는 신한 금융지주의 사외이사도 만났다. 역시 지배구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면서 "2015년 이후부터 주요 금융회사의 지배 구조 이슈 등과 관련해 사외이사 면담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왔다. 감독 당국이 할 일인데, 왜 유독 이번 건이 크게 부각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금감원은 혹시 1심 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지배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염려를 갖고 있다.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경영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 금융지주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유로 사외이사와 면담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 등 해외 감독당국이 사용하는 '적정성 테스트 (fit &proper test)'를 적용하면 함 행장의 연임이 힘들다고 보고 있다. 적정성 테스트는 선임 당시 뿐 아니라 이후에도 동일한 요건을 지속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함 행장의 경우 재판 결과에 따라 동일한 요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 선진국들의 경우 오랜 금융의 역사상 다른 사람의 돈을 맡아서 영업을 영위할 때 마치 자기 돈인 양 행사하는 것들을 못하게 하는 게 목적이다.
함영주 하나은행장. (자료사진=연합뉴스)
함 행장은 지난해 6월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돼 8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2015년 신입 공채에서 지인으로부터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인사부에 잘 봐줄 것을 지시해 서류 전형 합격자 선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고, 2015년과 2016년 공채를 앞두고 인사부에 "남녀 비율을 4대 1로 남자를 많이 뽑으라"고 지시한 혐의도 있다.
1심 판결은 올해 말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은행은 확정 판결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을 견지해 달라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도 관치 금융 논란에 불이 붙었다. 야당에서 '관치 금융' 프레임으로 비판을 하자 여당에서도 맞불을 놨다. 국회 정무위 소속인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채용 비리에 연루되어 재판 받고 있는 함 행장의 3연임 도전은 공공성이 요구되는 은행의 장으로서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함 행장과 같은 혐의인 채용 비리로 기소된 실무자들은 직무에서 배제된 채 재판을 받고 있는데 왜 행장만 직무를 계속 유지하며 연임도 가능하느냐"며 "채용비리의 지시자이자 책임자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함 행장은 스스로 연임을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