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이 두 번째 정상회담을 열었지만, 어떠한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회담은 결렬됐다.
유일한 위안거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대북협상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 비핵화 협상의 판 자체가 깨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합의문도, 다음 약속도 없는 정상회담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은 전체적으로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며 "미국은 그런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우리에게 줘야지만, 우리도 제재 완화를 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북 제재에 대한 입장차이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에 영변 핵시설 해체에 대한 대가로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이 대규모 시설인 것은 분명하나 이것만이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미국은 더 많은 것을 원했다. 추가적인 비핵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원하는 전면적 제재 해제를 위해서는 핵 목록 신고는 물론 고농축 우라늄 시설과 핵탄두 무기 시스템 등 추가적인 핵 시설 해체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다음 회담 일정이 잡혔냐는 질문에는 "지금 말하기 어렵다. 조만간 열릴수도 있지만, 오래 시간이 지나야 될 수도 있다"며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판 깨기엔 너무 큰 정치적 부담…북미 협상, 비온 뒤 땅 굳을까
(사진=연합뉴스)
결국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은 어떠한 구체적 성과도 거두지 못하며 사실상 실패한 회담이 되버렸다. 고위급회담 일정 등 다음 약속의 실마리도 잡지 못해 협상이 완전히 결렬되는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히 판을 깰 생각은 없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자신의 비핵화에 대한 비전이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1년 전 만남보다는 많이 가까워졌다며 "궁극적으로 서로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바에 대해서 많은 진전 이루기 위해 노력했고 실제 진전 이뤘지만, 끝까지 가지 못했다"고 정상회담을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도 마련됐었다. 내가 원했으면 100% 합의문에 서명할 수 있었다"고까지 말했다.
북미 고위급회담 및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2박 3일의 평양 방문, 북미 실무협상의 결과로 북미 정상이 그간의 입장차를 줄이고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할 수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분위기도 따뜻했고, 김정은 위원장과 "서로 좋아하고 있다"며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미국 대통령들을 향해 비난을 날렸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을 향해서는 "과거 정권에서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8년이나 임기를 보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비핵화가 풀기 힘들어진 책임을 그에게 돌렸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에 엄청난 공을 들여왔고, 이를 자신의 성과로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판을 깨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큰 것이 사실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은 북미 대화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대화가 재개될 시점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북미는 향후 개최될 3차 정상회담의 모멘텀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에 회담을 철폐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회담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번 회담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앞으로 비핵화와 제재완화 사이 간극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