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청와대는 28일 2차 북미정상회담이 구체적인 합의없이 결렬됐지만, 북미 정상간 하노이회담에서 심도있는 대화가 이뤄졌다는 점에 기대를 걸며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번 하노이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과 미국의 상응조처가 나왔다면, 남북경협에 속도를 붙이는 등 '불가역적' 비핵화 과정에 돌입할 수 있었지만, 제재완화 수준을 놓고 북미간 이견(異見)이 끝내 좁혀지지 못하자 청와대는 실망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촉진자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현지 기자회견에서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담판 결렬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만 3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미간 비핵화 개념정리와 견해차를 좁히려 주력했던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도 일부 빛을 잃었다.
또 하노이회담을 계기로 남북 철도·도로 연결,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등을 통해 남북경협에 탄력을 붙이겠다는 구상에 일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결렬 등 롤러코스터를 거치다 5월26일 2차 남북정상회담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던 경험을 되살려 오히려 한국 정부의 중재 역할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역시 이날 오후 하노이회담 결과와 관련해 "문 대통령의 역할과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더 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신한반도 체제'의 기본 정신과 이를 위한 준비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당장 문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김정은 위원장이 귀국하는 대로 북한이 원하는 비핵화 조처에 따른 제재완화 수준을 놓고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판문점에서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도 가능하다. 또 지난해 설치된 남북정상간 '핫라인'이 가동될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간 핫라인은 평소에 사용하는 게 아니라 비상사태 등 남북 정상간 꼭 대화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회담이 결렬됐지만 북미 정상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는 등 최악의 상황은 아닌 만큼, 북미간 중재 여지도 충분할 것으로 청와대는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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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 탑승한 직후 문 대통령과의 정상 통화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해서 결과를 알려달라"며 문 대통령의 적극 중재 역할을 요청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포기한 것은 없다. 김 위원장은 훌륭한 지도자고 북한과 여전히 좋은 친구"라고 말한 부분도 북미간 추가 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이른 시간 안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워싱턴으로 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한미 정상통화에서 "하노이 회담의 결과를 문 대통령과 공유해야 하기에 직접 만나기를 원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3·1절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신한반도 체제' 선언에 나선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노이 회담의 성공적 마무리를 전제로 남북경협 등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힐 것으로 예상됐지만, 북미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만큼 어느정도 수준의 발언이 나올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그간 구상한 신한반도체제의 비전이 퇴색하지 않도록 메시지 정리에 막판까지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