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운동 100주년, 극장가에도 '대한독립 만세' 함성이 울려퍼지고 있다. 유관순 열사 등 독립운동사에 남은 역사적 인물들이 스크린 위에서 되살아난다.
27일 개봉한 '항거: 유관순 이야기'(이하 '항거')는 1919년 3·1 만세운동 후 세평도 안 되는 서대문 감옥 8호실 속에서 1년 간 지냈던 유관순 열사와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감옥에서도 여전한 일제 압력에 꺾이지 않고 끝까지 자유로웠던 이들의 삶을 조명한다.
영화 '1919 유관순'은 '항거'와 내용은 비슷하지만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됐다. 배우 하희라가 내레이션을 맡아 보다 사실적인 관점에서 유관순을 비롯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들의 독립운동사에 주목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고아성은 지난달 열린 '항거' 제작발표회에서 "밖에서 잘 안 우는데 이번 영화를 하면서 눈물이 많아졌다. 그만큼 뭉클했던 순간들이 많다. 유관순 열사가 죽음보다는 삶으로 기억되는 인물로 남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비쳤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일제강점기 전조선자전차대회를 소재로 한 실화 영화다.
일본이 지배력을 과시하기 위해 주최한 전조선자전차대회에서 조선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엄복동의 일대기를 그렸다. 조선인들의 단결을 꺾으려는 일본의 시도가 계속되고 독립투사 애국단과 친일파의 운명적 대결이 함께 펼쳐진다.
배우 정지훈, 강소라, 이범수 등 베테랑 배우들이 그려내는 일제강점기 시절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얼마나 뜨거운 온도로 다가올지가 관건이다.
다행히 시작은 나쁘지 않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1919 유관순'을 제외하면 '항거'와 '자전차왕 엄복동'은 지난달 27일 개봉해 현재 박스오피스 2위와 5위에 각기 올랐다.
특히 '항거'의 경우 10억원대 제작비를 들인 저예산 영화임에도 진정성을 무기로 대규모 상업 영화들을 제치고 높은 흥행 성적을 내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항거'가 '귀향'처럼 되길 바란다. 쉽지는 않겠지만 일단 유관순 역을 맡은 고아성의 진심이 느껴지는 영화"라며 "고아성이 이 영화를 살린다면 의미가 있다. 물론 관객들은 의미만으로 영화를 보는 것은 아니다. 재미와 의미가 적절히 섞여야 하는데 여기에서의 재미는 감동까지 포함된다"라고 '항거'가 가진 강점을 이야기했다.
다만 한국 독립운동사를 대표하는 인물, 유관순 열사에 대한 영화가 작은 규모로밖에 제작될 수 없는 국내 영화계 현실에는 유감을 표했다.
전 평론가는 "자전차왕 엄복동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대규모로 제작되는데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유관순 열사가 왜 영화계에서 이런 처우를 받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사회적으로는 유관순 열사가 올해 1등급 서훈이 됐다는데 영화 산업에서는 10억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걸 보면 씁쓸하고 부끄럽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