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가족이 청소년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며 도움을 호소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10만여명의 동의를 얻은 글이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글을 올린 20대는 소년법 폐지를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5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자신의 동생이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평소 알고 지내던 청소년 남녀 무리로부터 전날 경기도의 한 공원에서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적었다.
이어 가해자 가운데 몇 명은 아버지가 경찰, 변호사, 판사 등인데 자신은 부모가 없어 대응이 어렵고 폭행이 일어난 장소는 CCTV 사각지대여서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또한 쉽지 않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A 씨는 가해자 일부와 카카오톡 메신저로 대화를 나눴다며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의 메시지에 가해자가 "어차피 청소년법이야 ㅅㄱ(수고)"라고 답한 대화 내용을 첨부하기도 했다.
A 씨의 글을 본 시민들은 가해자들의 행태에 분노를 나타냈고 이 글이 게시된 지 나흘 만인 같은 달 25일에는 청원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힌 시민이 9만8천여명에 달했다.
이 내용을 보도한 한 언론사 기사에도 "소년법 폐지하라"는 내용의 답글이 5천개 가까이 달리는 등 당시 많은 시민이 A 씨에게 지지를 보냈다.
이에 경찰이 사실 확인에 나섰고 글을 올린 이메일 계정의 주인인 A 씨를 찾아 지난 4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사 결과 A 씨가 올린 글의 내용은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경기도 자택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카카오톡 대화화면을 조작해 첨부하는 등의 방법으로 허위 청원 글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경찰에서 "소년법 폐지를 위해서 가공의 사실을 만들어서 올렸다"고 진술했다.
소년법은 미성년자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규정한 법으로 청소년을 유해환경에서 보호하는 청소년 보호법과는 구별된다.
최근 수년 사이 미성년자가 저지른 강력범죄가 잇따라 알려지면서 소년법 폐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A 씨의 청원 글이 거짓으로 밝혀짐에 따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A 씨의 글은 10만여명의 청원 동의를 얻은 상태에서 최근 삭제됐다.
경찰도 이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홈페이지를 통해 A 씨의 글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공지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한 행위의 위법 여부를 검토해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