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대법관. (사진=황진환 기자)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들을 추가기소한 가운데, 유력하게 거론된 권순일 대법관이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전·현직 판사 10명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기소대상 중 대법관급 판사들의 이름은 오르지 않았다.
검찰은 '최종 책임자'격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겐 무거운 책임을 묻는 대신, '중간고리' 역할을 한 대상자들은 제한적으로 기소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범죄의 중대성 △가담 정도 △불법성 인식 정도 △진상규명에 기여한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죄가 안 된다는 게 아니라 기소할 경우 전체 사건들의 공소유지에 도움이 될 것인지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권 대법관을 기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권 대법관이 사법농단 범행이 본격화하기 전에 법원행정처를 떠나 가담 정도가 약하다고 판단해서다.
권 대법관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재직하며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한 내용이 적시되기도 했다.
다만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블랙리스트' 범행을 노골적으로 벌인 시점을 상고법원 정책을 추진하던 2015년으로 봤다. 권 대법관 재직시기인 2013~2014년은 기소대상으로 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비슷한 이유로 '강제징용 재판개입' 의혹을 받는 차한성 전 대법관도 기소대상에서 제외됐다. 차 전 대법관은 2011년 10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 처장으로 재직했다.
검찰 관계자는 "권 대법관과 차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사법농단 보고라인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보직을 이동하거나 범행에서 이탈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수사가 끝난 것은 아니고 향후 재판 등에서 추가 증거가 나올 경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형주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과 김시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기소되지 않았다.
강 전 법원장의 경우 범행에 수동적으로만 기여했고 검찰 수사에도 협조한 부분이 고려됐다. 범행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정도를 볼때 법적인 책임을 물을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사법농단 범행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의혹을 받는 김 부장판사의 경우 이번에는 기소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김 부장판사의 경우 소환 자체를 거부한 상황"이라며 "현 단계에서 (검찰이 확보한) 범죄내용 등을 볼 때 기소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경수 경남지사를 1심에서 법정구속한 성창호 동부지법 부장판사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다.
검찰에 따르면 성 부장판사는 2016년 정운호게이트 당시 신광렬 전 수석부장의 지시를 받고 법원에 청구된 검찰의 영장청구서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