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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쇼팽과 대화할 수 있었어요" 74살 백건우의 특별한 쇼팽 앨범

공연/전시

    "이제야 쇼팽과 대화할 수 있었어요" 74살 백건우의 특별한 쇼팽 앨범

    "쇼팽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살리는 작업 즐거워"
    "문화는 모든 사람의 권리, 기회 만들기 위해 지방 투어 이어갈 것"

    (사진=연합뉴스)

     

    "쇼팽의 녹턴은 참 예쁜 곡이에요.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연주하기에는 부담이 있고 깊이가 있는 곡이에요. 자세히 들어보면 그 속에 들어있는 드라마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1946년생,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 대중들과 소통하며 끊임없는 음악적 시도를 하고 있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쇼팽 녹턴(야상곡) 전곡 음반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일주일에 걸쳐 녹음됐으며, 세계적 클래식 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DG)을 통해 음반이 세상에 나왔다.

    5일 마포아트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백건우는 나이가 들면서 쇼팽의 섬세한 기교에 대해서 새삼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쇼팽의 녹턴은 대학생때부터 쳤던 곡인데 '참 훌륭한 곡인데 아직 이해를 못하는구나' 할 때가 많았어요. 언젠가는 이 곡을 해야겠다고 늘 숙제로 남아있었죠. 지금 와서 이 곡이 나한테 다가왔고, 곡과 저와 대화가 시작된 것 같아요"

    쇼팽의 녹턴은 섬세하고 여린 감성이 녹아들어 있는 곡이다. 백건우는 "쇼팽이 큰 홀에서 연주하는 것을 안좋아하고, 작은 살롱같은 공간에서 연주하고 진실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어떤 순간에도 큰 소리 한번 낸 적 없고 신사적인 자세로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그의 감수성과도 맞닿는 부분이다.

    그는 쇼팽과의 진정한 '대화'를 위해 유럽을 순회하면서 가장 훌륭한 악보를 구하고, 쇼팽의 음악 세계에 관한 책들도 여러권 접하기도 했다.

    "쇼팽은 아주 뛰어났던 피아니스트였던 것 같애요. 피아노를 공부한 것도 아닌데 유럽을 돌며 연주했을 때 청중들은 놀랐죠. 독특한 소리와 테크닉을 가진 피아니스트였던 것 같애요"

    조국을 떠나 있고, 몸도 아파 쉽지 않은 삶을 살았던 쇼팽이지만 그는 자신의 섬세한 감정을 건반 위에 쏟아냈다.

    열살때부터 시작해 무려 60년을 넘게 피아노를 친 백건우이지만 건반과 소리, 음악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었다.

    "쇼팽은 특별한 레가토(음을 연결하는 연주)를 할 수 있는 '핑거링'(손가락 움직임)을 가지고 있었어요. 저는 갈수록 핑거링의 중요성을 느껴요. 피아노 악기의 복잡한 음향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소리가 예쁘게 나오거든요. 단순히 멜로디만 듣기 쉬운데 멜로디가 나오게끔 받쳐주는 왼손, 또 오른손 안에서도 묘하게 쇼팽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거든요. 그 아름다움을 살리는 작업은 참 재밌는 작업이었어요. 쉽지 않았지만요"

    항상 연구하는 자세로 완벽한 연주를 통해 쇼팽의 감수성을 되살리려는 세심함이 돋보였다.

    백건우는 12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시작해 전국을 도는 지방 순회 공연도 이어간다. 3월에 군포, 여주, 과천, 광명, 부산 등 6개 도시를 거친 뒤 4월에는 춘천, 대구, 송도, 음성, 안산까지 투어를 진행한다.

    지방 투어를 하는 이유에 대해 "문화는 모든 사람의 권리"라며 "좋은 음악을 전달하는 것이 저의 즐거움이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지방에서 음악을 하려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모든게 교육이 바탕이 돼야 하기 때문에 느끼지 않고, 들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런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클래식계의 어른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백건우는 쇼팽 전국 투어의 와중에 4월 2일 아르망 티그라니얀이 지휘하는 러시아 국립 스베틀라노프 심포니와의 협연도 예정돼 있어 어느때보다 바쁜 한해를 보낼 예정이다.

    6년 만에 출시된 이번 앨범을 어떤 사람들이 많이 들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거장 피아니스트는 "곡 자체가 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르죠. 음악을 듣고 어떤 사람은 시를 쓰고, 어떤 사람은 장편소설도 쓸 수 있는 거겠죠. 음악이라는 것은 작곡자가 써서, 연주자가 연주해서, 청중들이 들어서 끝나는게 아니고 생명체처럼 살아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영원히 존재하고 변화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클래식 음악에 대해 청중들이 계속 따라올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서양 고전음악은 인류를 위한 가장 훌륭한 선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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