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뛰어야 한다' KCC 이정현(왼쪽)은 최근 국가대표팀의 중동 원정 이후 복귀해 3경기에서 거의 풀타임에 가깝게 뛰었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걸린 중요한 일전이었다. 5일 DB와 홈 경기에서도 이정현은 19점을 넣으며 승리를 이끌었다.(전주=KBL)
프로농구 전주 KCC 에이스 이정현(32·191cm)의 별명 중 하나는 '금강불괴'다. 리그와 국가대표 일정을 거의 빠짐없이 소화하면서도 잘 다치지 않는 데다 많이 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꾸준한 활약을 펼쳐 얻은 영광스러운 별명이다.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에서도 이정현은 금강불괴의 명성을 잇고 있다. 올 시즌 이정현은 45경기 평균 32분51초를 뛰고 있다. 2010-2011시즌 프로 데뷔 후 가장 긴 시간이다. 리그 전체 7위에 국내 선수 중 최근 군 제대 뒤 복귀한 이승현(고양 오리온)의 34분1초에 이어 2위다. 최근 중동 원정 등 국가대표 경기도 소화하고 있는 이정현이다.
기록도 출전 시간 못지 않다. 이정현은 평균 16.8점을 넣어 국내 선수 중 전체 1위를 달린다. 3점슛도 국내외 선수 통틀어 5위(평균 2개), 도움도 평균 4.4개로 국내외 선수 통틀어 4위에 올라 있다. 그야말로 팀의 에이스다.
이정현은 5일 전북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와 홈 경기에서도 맹활약했다. 무려 37분23초를 뛰며 19점 3리바운드 2도움으로 78 대 74 재역전승을 이끌었다. KCC는 24승24패, 5할 승률에 복귀하며 단독 5위를 지켰다.
특히 이정현의 막판 활약이 빛났다. KCC는 3쿼터까지 4점 차로 앞섰지만 4쿼터 중반 이후 밀리며 한때 7점 차까지 뒤졌다. 그러나 이정현이 4점 차로 따라붙은 종료 2분17초 전부터 과감한 레이업슛과 자유투로 동점을 만들었고, 1분22초 전에는 절묘한 패스로 브랜든 브라운의 역전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종료 13초 전에는 자유투 2개로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이정현은 "경기에서 너무 부진해 팀원들에게 미안했는데 그래도 막판 집중해서 이길 수 있었다"면서 "이겼지만 반성해야 할 경기"라며 승리의 기쁨보다 자책했다. 이어 "송교창과 이현민 형 등이 수비를 잘 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최근 체력 부담에 대한 고충도 살짝 털어놨다. 이정현은 "지난 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비시즌 할 것 없이) 계속 뛰는 느낌"이라면서 "12명 국가대표 모두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체력 수준이 좋았을 때의 50%도 안 되는 거 같지만 주축으로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플레이오프가 중요하고 간절한 만큼 잘 먹고 잘 쉬어서 오늘과 같은 경기가 안 나오게 에이스로서 반성하고 책임감 있는 플레이를 해야 할 거 같다"고 덧붙였다.
'폭풍 성장' KCC 송교창은 고교 졸업 뒤 프로에 직행해 4년차를 맞은 올 시즌 한층 무르익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5일 DB와 홈 경기에서도 13점 5리바운드 활약을 펼쳤다.(전주=KBL)
그러면서 이정현은 함께 인터뷰에 나선 후배 송교창(23·198cm)를 바라봤다. 마침 송교창도 체력과 관련한 질문에 "올 시즌은 빠진 경기도 있고 해서 힘들지는 않다"면서 "체력이 70~80%는 된다"고 답한 상황.
이에 이정현은 "교창이는 컨디션 조절을 잘 한다"면서 "힘들 때 몇 경기씩 쉬었기 때문에 3경기를 풀타임으로 뛰어도 될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송교창도 올 시즌 평균 32분16초를 뛰고 있지만 부상 등으로 이정현보다 9경기 적은 36경기를 소화했다.
이정현의 농담에는 뼈가 담겨 있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후배의 미래를 위해서다. 송교창은 고교 졸업 뒤 곧바로 프로에 데뷔해 4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2015-16 데뷔 시즌에는 20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추승균 전 감독의 조련 속에 2016-16시즌 52경기 평균 32분여를 뛰었다.
올 시즌에는 평균 14.1점(5리바운드)으로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시즌 7.9점 3.5리바운드에서 크게 향상된 수치다. 리바운드는 2년차 때의 5.6개보다 조금 적지만 그래도 공헌도가 높다. 5일 DB와 홈 경기에서도 4쿼터 추격을 알린 3점포 등 알토란 13점 5리바운드에 상대 에이스 마커스 포스터를 블록슛하는 등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그런 송교창의 성장에 대해 이정현도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이정현은 "데뷔 시즌 때는 자신감도 요령도 없어 보였는데 2년을 같은 팀에서 뛰어보니 올 시즌 정말 많이 늘었다"고 칭찬했다. "자신의 역할과 강점이 뭔지 알고 기회를 찾아 다닌다"면서 "2m 가까운 선수가 3점슛까지 좋아져 상대가 막으면 돌파도 하고 자신감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따끔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정현은 "그런데 교창이는 좋을 때 어이없이 다치는 경우가 있다"면서 "한국 농구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선수인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가대표로도 성장할 가능성이 있지만 부상으로 발전이 끊긴다는 것.
이정현은 "부상이 오지 않도록 몸 관리를 잘 해야 할 것 같다"면서 "그러면 분명히 2~3년 뒤에는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금강불괴' 이정현이기에 더 묵직하게 다가오는 충고, 송교창의 향후 성장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