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긴급선언 회견에서 노동법률단체 소속 변호사, 노무사, 법학자들이 노동기본권 거래와 흥정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7일부터 두 달여 만에 임시국회가 열리게 되자 민주노총이 6일부터 국회 앞에서 압박 시위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기로 지난달 19일 합의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결정에 반대하며 국회 후속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6일 하루 총파업을 벌였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확대되면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도입한 주 52시간 근무제가 무력화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정말 주 52시간 근무제를 무력화시킬까?
◆ 평균 노동시간에 방점을 찍은 고용노동부탄력근로제는 전체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단위기간 안에서 특정 기간의 근로시간을 늘리고 나머지 기간의 근로시간의 줄여 전체 평균을 정한다.
현재 법정근로시간은 연장근무 12시간을 포함해 주 52시간으로,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는 경우 특정 주에 최대 64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단위기간 동안 전체 평균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기 때문에 주 52시간제가 보호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단위기간이 연장될수록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주가 연달아 나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52시간제가 무력화된다며 맞서고 있다.
◆ 연속노동 시간에 방점을 둔 노동계
2월 19일 서울 경사노위 브리핑실에서 이철수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이 합의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노동계의 시각은 이렇다.
단위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되면 64시간(법정근로시간 52시간 + 연장근로 12시간) 연속으로 근로할 수 있는 주도 자연스럽게 6주에서 12주로 늘어나고, 만일 6개월의 단위기간을 연달아 설정한다면 이론상으론 6개월 연속으로 주 64시간까지 일하는 '연속노동'도 가능해진다는 논리다.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공익 위원인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지난달 20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과로 기준인 12주 연속 60시간 이상 근무 제한보다 집중노동에 대한 제한이 더 강해야만 건강권이 지켜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연속노동' 또는 '집중노동' 가능성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연속노동은 막도록 지시할 것"이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김경선 근로기준정책관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법정근로시간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단위기간 동안 길게 일하는 기간과 짧게 일하는 기간이 반복해 오는 과정에서 연속노동도 이론적으론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되지않도록 현장을 지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정책관은 "오히려 경사노위 합의안에선 근로일 사이 11시간 연속휴식을 의무화해 일간 근로 상한선이 생겼다"며 "현행대로라면 연장근무를 할 경우 하루 최대 20시간 일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연속휴식 11시간이 들어가면 하루 근로시간은 12시간이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6개월의 단위기간을 연달아 설정하는 경우 이론상 최대 64시간씩 일하는 주가 24주(6개월) 연속 이어지는 것이 가능하다.
11시간 연속 휴식 의무화도 무력화된다?하지만 노동계에선 이 '11시간 연속휴식' 의무화도 무력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업주와 근로자 대표 사이에 합의를 통해 11시간 연속휴식 의무화에 예외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경사노위 합의안엔 노사 간의 합의를 통해 탄력근무제 도입 여부부터 주별 근로시간, 임금보전방안, 그리고 11시간 연속휴식 예외 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게 했다.
노동계는 이 '예외적' 상황에 대해 파고들고 있다. 노사 '서면합의' 등을 통해 11시간 연속 휴식 의무화가 언제든지 깰 수 있다는 거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노사 서면합의로 예외가 인정되지만, 원칙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며 "11시간 연속 의무화를 활용하고 있는 독일, 프랑스의 경우 사고발생 등 불가피한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전제로 한정적으로 이루어진다는데 노사가 공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문제는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경우다.
◆노조 없는 사업장은 어떻게 하나?
민주노총이 2월 20일 오후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쟁취, 친재벌 정책 강행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노조 없는 사업장에서는 근로자 대표를 사업주가 임의로 선정하여 합의권을 행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노조 조직률이 10%에 불과한 데다 근로자 대표에 대한 정의마저 모호한 상황에선 노사합의 조항이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악용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및 관련 지침에 따르면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 노동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가 근로자 대표가 된다고 정하고 있지만, 요건이나 선출방식, 그 임무나 활동에 대한 규정은 미비하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박성우 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20~30명 정도의 기업이면 대부분 근로자대표를 두고 있지만, 그중엔 사장이 관리자처럼 대표를 임명하는 경우도 실제로 존재한다"며 노조가 없는 중소 규모 사업장에서 노사합의를 악용할 소지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사업주가 임의로 선출하는 경우는 근로자 대표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김 정책관은 "과반수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경우 대표권을 행사한다는 것을 노동자들이 인지한 상태에서 선출된 사람을 근로자 대표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연장되면 임금이 감소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사업주가 탄력근로제를 임금 삭감의 도구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임금보전방안을 신고하고, 미신고시 과태료 부과하도록 한 당국의 조처에 대해서도 노동계는 노‧사가서면합의하면 신고의무가 아예 면제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서도 고용노동부는 노‧사가 서면합의한다고 무조건 정부에 대한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탄력근로제 도입을 위한 노사 서면합의에 임금보전 방안이 포함되어 있음을 정부가 확인한 경우에만 신고의무가 면제되므로 임금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