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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회사대표 축사 보며 정태춘 씨 떠올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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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 회사대표 축사 보며 정태춘 씨 떠올랐죠"

    [다녀가요]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기자간담회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회사 대표인 방시혁 씨가 서울대 졸업식에서 축사를 했다는 기사를 봤어요. 이쪽 일을 하면서 느낀 분노와 불평이 동력이 됐다고 해서 참 의외다, 역시 분노와 불평이 뭔가를 바꿔나가는구나 생각했고, 그걸 읽으면서 정태춘씨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박은옥)

    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기자간담회 현장. 박은옥은 남편이자 동료 가수인 정태춘의 음악인생을 곁에서 지켜보며 느낀 생각을 묻자 이 같은 답변을 내놨다.

    그도 그럴 것이 정태춘은 뮤지션일뿐만 아니라 부당하다고 느낀 제도와 관행에 맞서 싸운 행동가였다. 대표적으로 그는 음반사전심의제도 철폐를 위한 비합법 음반 '아, 대한민국..'(1990)과 '92년 장마, 종로에서'(1993)를 출시하고 투쟁을 전개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바 있다.

     

    "요즘은 '아, 대한민국' 노래를 안 들어요. 불편해서요. 그런데 그 당시에는 그 노래가 정답이었어요. 다른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면 '카세트로 들으세요' 할 정도로 그 노래만 불렀죠. '저항하는 가수가 되겠다' '가수 활동을 어떻게 해나가야겠다'는 계획은 없었고, 그냥 내 안의 분노에서 나온 거였어요. 창작자 마음 속에 그런 분노가 없었다면, 어떻게 그런 노래를 만들 수 있었겠나 싶어요" (정태춘)

    저항정신이 깃든 곡들뿐만 아니라 서정성과 시적 표현이 돋보이는 곡들을 선보이며 오랜 시간 사랑받은 정태춘. 그리고 그가 만든 음악을 탁월하게 소화해내며 함께 활동해온 보컬리스트인 박은옥. 이들은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아 그간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이 시대의 대중과 다시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배우 명계남, 문성근, 권해효, 명필름 대표 이은, 방송인 김제동, 소설가 박민규, 화가 박불똥, 홍성담, 열출가 유수훈, 판화작가 이철수, 영화감독 임순례, 정지영, 사진작가 금홍희, 성공회대 교수 김창남,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그랬어' 발행인 김규항 등 사회문화예술 각계 인사 144인은 '정태춘 박은옥 데뷔 4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결성해 두 사람에게 힘을 보태는 중이다.

     

    "사실 지난 40년간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지, 그 성과가 얼마나 나눌만 한지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지는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 ‘그냥 지나가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해서 그동안 무엇을 고민하고 표현했는지, 그런 것들이 다른 예술가들에게 어떤 영감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그러다가 40주년 프로젝트를 받아들이게 됐고요" (정태춘)

    이번 프로젝트는 11월까지 콘서트, 앨범, 출판, 전시, 학술, 아카이브, 트리뷰트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형태로 전개된다. 4월에는 정태춘 박은옥 부부가 2012년 11집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를 낸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신보도 나온다.

    앨범에는 '연남, 봄 날', '외연도에서' 등 2곡의 신곡과 '빈 산', '고향', '나그네', '들 가운데서', '이런 밤' 등 재녹음한 기존 발표곡, '92년 장마, 종로에서' 앨범에 실렸던 '사람들'의 가사를 현 시대에 맞게 바꿔 다시 부른 '사람들 2019' 등이 실렸다. 두 사람의 딸이자 가수인 정새난슬도 앨범 작업에 참여했다.

    "딸의 제안으로 '노인의 목소리로 젊은 시절의 노래를'이라는 콘셉트를 잡게 됐어요. 새 노래 중 '외연도에서'는 여행 프로그램 촬영차 외연도라는 섬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만들었다가 발표하지 않았던 곡인데 이번에는 내놓고 싶었어요. 또 다른 곡 '연남, 봄 날'은 우리 가족을 위해 만든 노래로 봄기운을 느끼면서, 새 출발을 하자는 마음을 담아봤죠. 그런데 정작 박은옥 씨와 딸은 노래가 별로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정태춘)

    "가족들을 생각하며 가사를 쓰다가 울컥 하셨던 모양인데 정작 전 그 감정까지는 안 오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그냥 당신이 부르시라고 했는데 역시 만든 사람이 부르는 게 감정이 더 섬세한 것 같다고 느꼈어요. 아마 '연남, 봄 날'이 이번 음반에서 본인이 가장 애착을 느끼는 곡이 아닐까 해요"

     

    같은 달 12~29일 서울 세종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개최되는 전시 '다시, 건너간다'에서는 붓글씨에 빠진 정태춘의 작품 30여 점이 최초로 공개된다. 정태춘은 요즘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음악이 아닌 붓글에 담고 있다.

    "15년 동안 노래 창작을 하지 않으면서 사진을 좀 찍었어요.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붓글씨를 쓰기 시작했죠. 필법이나 서예를 공부한 사람이 아니고, 그걸 공부하기엔 너무 늦어서 그냥 제 글씨를 쓰고 있어요. '막글'이라고 얘기할 수 있죠. 산업 주의를 반대하는 내용들, 작업실에서 썼던 일기 같은 글들, 일상생활에서 나온 글들, 노래에 관한 나의 이야기 등을 담았고요"

    이밖에 전국 투어 콘서트가 4월 13일 제주 아트센터를 시작으로 11월까지 서울, 부산, 전주, 창원, 제주 등 전국 15개 도시에서 '날자, 오리배'라는 타이틀로 열리며, 음악 평론집과 가사 모음집 등이 책으로 출각될 예정이다. 정태춘과 박은옥의 일대기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도 제작 중에 있다.

    "초등학교 때 기타를 처음 만났어요. 그러다가 바이올린으로 가게 됐고, 창작을 하게 되고, 얼떨결에 가수가 되어 상도 받고 했죠. 사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노래 인생을 살았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열정을 다해 뛰어 들었어요. 노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제 인생에서 전부 다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노래로 나의 존재와 내 실존적인 고민과, 세상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었으니까요. 노래는 내 인생의 전부였어요" (정태춘)

    "다음 생에도 노래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한 가지 소망을 곁들이자면 정태춘 씨처럼 재능이 좀 있었으면 좋겠고요. 저는 40년 동안 목소리로만 표현했지 글을 쓰고 곡을 만들지 못해서 옆에서 볼 때 그게 부러웠거든요.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지,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절망도 느꼈고요. 그만큼 음악이 저한테 주는, 음악이 없는 삶은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은 생에도 노래하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박은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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