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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조합장 선거' 재연…"신규 출마자 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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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깜깜이 조합장 선거' 재연…"신규 출마자 불리"

    선거운동 지나친 제약으로 '깜깜이 선거' 비판
    조합장 출신은 조합원 핸드폰 번호 쉽게 구해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오는 13일 실시되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엄격한 규제로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조합장과 조합 출신 직원에게 유리한 구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번 선거는 전국 1천 344개 농협(축협 포함)과 수협, 산림조합에서 조합장을 동시에 선출한다.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그동안 혼탁했던 조합장 불법 선거를 막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5년 처음 도입됐다.

    조합장 선거운동 규제는 지방선거와 비교할 때 엄격하게 적용된다.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합장 선거운동은 본인만 가능하다. 배우자 등 가족과 선거운동 사무실 등의 선거 운동은 허용되지 않는다.

    선거운동 대상은 선거권을 지닌 조합원으로 한정된다. 선거운동 방식도 선거공보와 벽보, 어깨띠·윗옷·소품, 전화, 정보통신망, 명함 등만 가능하다. 언론 광고나 연설 방송, 토론회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선거운동도 할 수 없다.

    조합장 선거는 또 지방선거와 달리 선거운동원 고용, 후보자 범죄사실 공개, 유권자 전화번호 제공 등이 허용되지 않는다.

    선거운동 기간도 지방선거는 3개월이지만, 조합장 선거는 13일에 불과하다.

    후보자들은 선거인 명부를 열람할 순 있다. 하지만 이름과 집 주소 외에 휴대전화 번호 등은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공개되지 않는다. 각 가정 방문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하지만 조합장과 조합 출신 직원은 직무상 조합원들의 휴대전화번호가 담긴 조합원 명부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이를 선거운동에 이용해서는 안 되지만, 현실적으로 막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2015년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현직 당선 비율은 53.8%로 절반을 넘었다.

    경기도의 한 농협 조합장 후보는 "조합장 선거 운동은 현실적으로 주로 전화와 문자로 이뤄진다"며 "현 조합장과 조합 출신 직원들은 업무적으로 조합원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모두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유리하고 특혜가 주어지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조합장이나 조합 출신 직원이 조합원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선거운동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도덕성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끝난 직후인 2015년 7월 28일 유권자의 알 권리 보장과 후보자의 선거운동 자유 확대, 위탁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해당 법률에 대한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 조합원의 후보자초청 정책토론회 신설, ▲ 선거인 전화번호(안심번호) 제공 근거 마련, ▲ 선거운동 기간 전 조합의 공개행사 방문 정책발표 허용, ▲ 후보자 전과기록의 선거공보 게재 의무화, ▲ 후보자의 배우자 선거운동 허용, ▲ 예비후보자 제도 신설, ▲ 선거운동 허용 인터넷 홈페이지 범위 확대, ▲ 통신 관련 선거범죄를 위한 자료열람 요청, ▲ 금융거래 자료 제출 요구권 신설 등이 담겼다.

    하지만 개정안은 지난해 정기국회 마감일까지도 해당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도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한농연 최범진 대외협력실 차장은 "공식적으로 후보자가 출마했을 때 토론회나 정견 발표할 기회가 없어 정책선거가 될 수 없다"며 "그러다 보니 계속 인맥 선거와 돈 선거, 부정선거가 난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신규 출마자의 경우 지역이 큰 규모의 농협에서 누가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거운동을 하게 돼 흔히 '깜깜이 선거'라고 하는 것"이라면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1천326곳의 농협과 수협, 산림조합 조합장을 뽑은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860건의 위법행위가 적발됐다. 금품이나 음식물을 제공하다 적발된 비중은 40.1%(345건)로 가장 높았다. 52명의 당선은 무효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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