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7개 부처 내각. 행정안전부 장관에 더불어민주당 진영 의원(윗줄 왼쪽부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박양우 전 문화관광부 차관, 통일부 장관에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조동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아랫줄 왼쪽부터), 국토교통부 장관에 최정호 전라북도 정무부지사, 해양수산부 장관에 문성혁 세계해사대학 교수가 내정됐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8일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7개 부처 장관과 차관급 2자리 인사를 단행한 배경에는 집권 중반기를 맞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내기와 내년 총선에서 집권 여당 승리를 통한 정권 힘싣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개각은 지난해 8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장관 등 5개 부처 장관을 바꾼 뒤 7개월 만에 이뤄진 것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초기 내각 구성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국무위원이 바뀌게 됐다.
◇ 전문가 내각 지향…실질 성과 내기 주력이번 개각의 가장 큰 특징은 7개 부처 장관 중 현역 정치인을 2명으로 최소화하고 나머지 5명을 학계와 관료 출신으로 채우면서 '전문가 내각'을 지향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중반기까지 높은 국정지지율을 바탕으로 집권 만 1년여를 적폐청산과 사법개혁 등 각종 개혁드라이브 걸기에 주력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경제계의 강한 반발에서 파생된 '김앤장'(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컨트롤타워 논란으로 경제성과 부진 논란이 거세지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내기로 국정운영 방향을 전환했다.
문 대통령은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국무회의나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제야말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중반기 시작을 알리는 이번 2기 개각 완성은 전문가 그룹을 중용해 그동안 추진해온 각 부처 업무의 전문성을 한층 높이는 한편, 강력한 인적쇄신을 통한 분위기 다잡기 등 여러 포석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최정호 전 전북 정무부지사는 과거 국토교통부 2차관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고, 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 역시 관료 출신인 박양우 전 문광부 차관이 내정된 점이 대표적이다.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김연철 통일연구원장도 참여정부에서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과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낸데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외교·통일·안보 자문위원을 역임하는 등 전문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1등 항해사 출신으로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을 거쳐 해수부 장관에 내정된 문성혁 세계해사대학 교수 역시 전문성이 최우선 고려가 됐다.
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에 'LG전자-KAIST 6G 연구센터' 초대 센터장을 맡았던 조동호 KAIST 교수가 지명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비문' 박영선·진영 입각으로 탕평과 통합 강조7개 부처 장관 후보자 중 정치인이 4선 의원인 진영·박영선 의원 2명뿐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특히 두 사람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당 대표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정치적 정치적 운명을 함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개각은 민주당 내부로 문 대통령의 정치적 외연을 확장하는 성격으로도 풀이된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진 의원은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에서 내리 3선(서울 용산)에 성공하며 지난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지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정책에 반대해 결국 공천에서 배제됐고 이후 탈당해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합류했다.
진 의원을 영입한 인물은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으로 문 대통령과는 정치적 접점이 없다는 점에서 '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이번 진 의원 입각은 당내 통합과 안정적인 정책 운용을 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박 의원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당시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통합정부추진위원장을 맡았지만 처음부터 문 캠프에 합류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2017년 3월까지 이어진 민주당 경선에서 당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캠프 의원멘토단장을 맡는 등 당 내에서 문 캠프와 거리를 뒀던 대표 인사였다.
'원조 친문'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박 의원의 중기부장관 후보자 내정은 그가 의원 신분으로 쌓아온 탄탄한 전문성이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부 기자 출신인 박 의원은 국회 기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재벌개혁특위 위원장, 더불어경제실천본부 공동위원장을 맡는 등 당내 '경제통'으로 꼽힌다.
여기에 20대 국회 사법개혁특위위원장을 역임하며 사법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등 문 대통령과의 '개혁 코드'와 결을 같이 한다는 점도 후보자 지명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김부겸·김현미·도종환·김영춘 장관의 '귀환'…총선 올인 이번 개각으로 김부겸 행안부·김현미 국토부·도종환 문체부·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당장 민주당으로 복귀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 국무위원으로 정권 안정에 기여한 이들 장관들은 내년 총선 준비에 '올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정부 출점과 함께 초반 안정에 기여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 남요원 전 문화비서관, 권혁기 전 춘추관장이 당으로 복귀해 내년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4명의 장관 출신 총선 출마자들 역시 당내 화력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초기 임 전 실장 등과 여의도 인근에서 복귀 환영 만찬을 진행하면서 "막강한 인력이 들어왔다. 이제 내가 구상을 좀 해야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반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했다는 데는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지만, 집권 22개월이 지나면서 경제성장과 취업 문제 등 실질적 성과 면에서는 좋지 못한 평가에 내몰렸다.
특히 정권 초반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각종 개혁입법도 지지부진하면서 기존 지지층 이탈 현상도 가속화되는 중이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청와대 인적 개편과 이번 개각을 통해 민주당으로 복귀하는 인사들은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해 문재인 정부의 중반기 이후 국정운영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번 개각을 통해 전문가 내각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내년 총선 승리를 통한 각종 개혁입법 완수 등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 셈이다.
◇ 여성 국무위원 30% 공약은 아직 진행 중이번 개각으로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약한 여성 장관 비율 30%는 완수되지 못했다.
후보자가 모두 국회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한다 해도 국무위원 18명 중 4명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비율은 22.2%에 불과하다.
기존 여성 장관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김현미 국토교통부·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등 4명이었는데 김현미 장관이 당으로 복귀하고 박영선 후보자가 새로 추가되면서 동수를 유지하게 됐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은 (여성장관 비율 30% 공약을) 항상 염두에 두고 계신다"며 "그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 고심을 하고 있지만 상황과 여건이 맞지 않아서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해 나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개각 당시에는 18개 부처 장관 중 김은경 환경부 장관을 포함해 5개 부처 장관이 여성(27.8%)이었지만, 김은경 장관이 물러나면서 비율이 낮아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급으로 격상된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을 포함해도 여성의 비율은 26.3%다.
장관 후보자를 포함한 새로운 내각의 평균 나이는 60.1세로, 지난해 8월 개각 당시 평균 나이(59.7세)보다 다소 높아졌다.
2기 내각이 완성되면 60대 장관이 10명, 50대는 8명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출신 지역별로 따져보면 수도권이 4명, 영남 5명(부산·울산·경남 4명, 대구·경북 1명), 호남 6명(광주·전남 3명, 전북 3명), 강원 2명, 대전 1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