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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 '탄력근로제' 파행, 공 떠안은 국회도 '가시밭길'

경제 일반

    경사노위 '탄력근로제' 파행, 공 떠안은 국회도 '가시밭길'

    경사노위와 불참 위원들, 문제인식·대안 놓고 의견대립 팽팽
    '답정너' 정부 노동정책 몰아가기에 사회적 대화 뿌리부터 흔들려
    탄력근로제 내용 복잡하고 보수야당·경영계 압박으로 국회서도 '뜨거운 감자' 될듯

     

    거듭 파행을 겪던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확대안 의결을 기다리는 대신 국회로 공을 넘겼다.

    사회적 합의라는 경사노위 설립 정신이 훼손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탄력근로제 확대안도 애초 경사노위안보다 더 경영계 입맛에 맞도록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경사노위는 지난 11일 3차 본위원회를 열었지만, 청년, 여성, 비정규직 등 계층별 대표 노동자위원 3명의 보이콧으로 지난 7일 2차 본위원회에 이어 2차례 연속 탄력근로제 확대안 의결에 실패했다.

    이날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3차 본위원회를 마친 직후 "위원회의 의사결정 구조와 운영 방안 등에 대해서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함께 한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현재 법체계에서 본위원회 의결 없이 다른 위원회의 의결만으로 효력이 발생할지 여부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며 보이콧을 원천 차단하도록 논의 구조를 간략화하겠다는 대안 방향을 제시했다.

    경사노위는 반드시 노사정 모두의 동의를 구하는 '합의' 기구가 아니라 3자가 모여 대화하는 '협의' 기구인 만큼, 산하위원회에서 충분히 의논했다면 굳이 본위원회 의결이라는 '옥상옥(屋上屋)'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계층별 대표들은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에서 줄곧 소외됐다며 경사노위 내부 소통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 11일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경사노위 산하위원회에 대해 "저희가 접근 불가능하고 저희가 올린 의제가 반영된다는 보장이 되지 않는 상태"라며 "저희 입장에서는 거수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의 강훈중 대변인은 "산하위원회의 구성은 이미 경사노위 초기부터 합의했던 내용"이라며 "논의 구조에 문제가 있다면 탄력근로데 합의가 이뤄지기 전부터 적극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계층별 대표들은 "운영위 참관이나 관련 의제별 위원회 참여를 경사노위 쪽에 요청했지만 한국노총·경총·대한상의만 참여하는 운영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양측의 주장과 대안이 평행선을 이루면서 앞으로 경사노위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될수록 오히려 갈등이 더 첨예해질 위기다.

     

    이처럼 '사회적 대화'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근본 원인에는 정부와 경사노위의 이른바 '답정너(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대답만 해)'식 조급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결정체계 개편 등 노동정책 관련 논란마다 논의 시한을 일방적으로 정한 뒤 합의를 이루지 않으면 국회서 강행처리하겠다고 압박해왔다.

    이번 사태로 '뜨거운 감자'가 된 경사노위 첫 합의 결과물인 탄력근로제 확대안조차 국회 법 개정 일정을 맞춰야 한다며 경사노위 스스로 본위원회 의결을 시도하는 대신 우선 관련 합의문부터 국회에 넘기기로 결정할 정도다.

    이미 정부와 국회가 지난해 연말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도록 방향을 정해두고, 경사노위에 이를 논의하도록 맡기면서 사실상 경사노위 합의를 요식행위로 전락시켰다는 비판도 일었다.

    게다가 정작 경사노위에서 최종 의결에 실패하면서 사회적 대화라는 설립의의까지 훼손될 위기다.

    비록 문 위원자은 "국회에는 경사노위 의제별위원회와 운영위원회 합의 결과를 존중해 입법해 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본위원회 의결을 포기한 셈이어서 노사정 최종 합의 결과라는 경사노위 합의안의 무게를 스스로 떨어뜨렸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공을 건네받은 국회에서도 탄력근로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이미 국회는 지난해 11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도록 정의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이 합의한 바 있다.

    또 경사노위가 일정 수준 노사정 합의에 이른 결과물을 선보였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이 이를 반영해 단위기간 6개월 연장 개정안을 이미 지난 주 발의한 상태다.

    다만 탄력근로제 제도와 관련 예외조항 등이 워낙 복잡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될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

    게다가 보수야당이 경영계 입김을 추가로 반영할 여지도 남아있다. 현재 환노위는 구성돼 국회 논의과정에서 경영계의 요구를 대폭 받아들이도록 수정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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