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근무 경력이 없는 청와대 행정관이 퇴직 후 민간 금융사 임원인 상무로 자리를 옮겨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와 메리츠금융지주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최근 대통령 정무수석실 행정관(3급 상당) 출신인 한정원(39.여)씨를 영입했다.
한씨는 메리츠금융지주가 신설한 브랜드전략본부장을 맡아 금융지주와 종금증권, 화재해상보험 등 3개사의 브랜드 전략을 담당할 예정이다. 계약 기간은 2019년 3월 1일부터 2022년 2월 28일까지다.
한씨는 한국경제 TV와 SBS기자를 거쳐 2017년 청와대 청무수석실로 들어갔다. 당시에도 문재인 대통령 마크맨(당시 대통령 후보 담당 기자) 출신으로 대선 후 청와대에 입성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지난 해부터 금융그룹으로서 브랜드 전략에 대한 고민을 시작 해오면서 적임자를 찾고 있었다"면서 "한 상무가 경제기자시절부터 경영진하고 알고 지내는 사이였고 올해 초에 청와대에서 나온 한 상무에게 연락을 취해 뽑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대표이사 등을 제외하고 임원들도 방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한 상무 역시 산하 조직이 없는 상태고 필요하면 뽑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룹 차원의 브랜드 전략 및 언론 홍보 기능을 강화하는데 힘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사는 브랜드 전략 차원의 적임자이기 때문에 직책까지 신설했다고 하지만, 당장 야권에서는 없던 자리까지 만들어 모셔야 할 만큼 출중한 능력을 갖췄는지 의문스럽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정무비서관에서 근무한 한씨는 메리츠금융의 사업 영역인 증권과 보험 등 금융 업무 내지 브랜드 전략과 관련한 경력이 없어서다.
업무 연관성이 없어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심사도 무사히 통과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직자가 자본금 10억원, 연매출 100억원 이상의 기업에 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 심사를 받아야 한다. 윤리위 측은 "업무연관성이 없어 취업 가능으로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도 아니고 청와대 출신 인물을 임원으로 영입한 사례가 극히 드문데다 새로운 직책까지 신설해 영입한 것도 이례적이라 의아하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금융기관 근무 경력이 전혀 없는 청와대 전 행정관이 수억원의 연봉을 보장받고 성공한 취업"이라며 "평등과 공정과 정의는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나라다운 나라인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한 전 행정관의 연봉은 메리츠금융 내 통상 상무급의 연봉 수준(1억5000억 원·성과급 별도)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