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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마블' 평점 테러한 이들, 왜 뿔이 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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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틴 마블' 평점 테러한 이들, 왜 뿔이 났을까

    주인공 브리 라슨이 '페미니즘 영화'라고 언급한 후 비난 거세
    개봉 전부터 불매 선언+평점 테러
    "기존 히어로물에서 볼 수 없던 여성 히어로, 기대 배반당해 당혹"
    "PC함(정치적 올바름)이 작품을 망친다고 주장"
    "자의식 가진 여성 배우의 주장 후 남성 관객들 반발 커져"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요소들 점진적으로 수정되고 있어"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캡틴 마블' (사진=월트 디즈니 코리아 컴퍼니 제공)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다"
    "최악ㅋ 영화에 지 사상을 투영하고 영화 자체를 한정시키나"
    "일반 관객들은 평점 1점 페미들만 10점 주는 영화"
    "미스 캐스팅. 원더우먼으로 재촬영해라"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캡틴 마블'(감독 애너 보든·라이언 플렉) 네티즌 관람평 중 일부를 옮긴 것이다. 12일 오후 4시 50분 현재 포털 네이버의 네티즌 평점은 6.37점이다. 최저점인 1점이 32%, 최고점인 10점이 40%로 확연히 평이 갈린다. 반면 실 관람객 평점은 8.44점이며, 1점은 1%인 반면 10점은 52%로 과반이다.

    '캡틴 마블'은 마블 스튜디오가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으로, 사상 첫 여성 히어로를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던 중 '캡틴 마블'을 페미니즘 영화라고 언급한 브리 라슨(캐럴 댄버스 역)의 발언이 국내에 기사화되면서 '캡틴 마블'을 힐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마블에도 페미(니즘) 묻었네'라며 소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이들도 있었으며, 남성 성비가 높은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저마다 페미니즘 감별사를 자처하며 '페미 영화냐 아니냐'로 논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봉 후 '캡틴 마블'이 거둔 성적과 평을 보면 이 같은 부정적 반응이 그다지 위력적으로 작용한 것 같지는 않다.

    첫날 46만 관객을 동원한 '캡틴 마블'은 개봉 닷새 만에 누적 관객수 300만을 넘기며 순항 중이다. 작품 자체도 '새로운 히어로의 탄생'을 반기고, 오락 영화로서 재미있다고 하는 반응이 우세하다.

    그럼, '캡틴 마블'에 불만을 품고 비난하는 움직임은 왜 생겨난 것일까. 이안 영화평론가는 "장르적으로 보면, 기존 SF 히어로물에서 여성은 구원받는 존재, 아니면 히어로를 혼란에 빠뜨리고 위협하는 악마적 존재, 기껏해야 조력자 정도였다. 그런데 '캡틴 마블'에는 완전히 다른 주체적인 여성 히어로가 나온다"며 "장르 영화의 관습적인 방식에 따른 쾌락이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은 것에 반감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캡틴 마블'에 대한 평점 테러는 21세기에 일어난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1970년대 초반에 '장르에서의 여성'에 대한 논문이 있다. 장르적으로 여성은 남성을 위해 통제되고 재생산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화돼 있었는데, '캡틴 마블'이 그런 장르적 기대를 배반하니 남성 관객들은 당혹스럽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블 스튜디오가 처음 내놓은 여성 히어로 영화 '캡틴 마블'. 주인공 캐럴 댄버스는 다양한 능력을 갖췄다. (사진=월트 디즈니 코리아 컴퍼니 제공)

     

    최태섭 문화비평가 역시 "최근 서브컬쳐계에서 남성들이 국제적으로 벌이고 있는 일이다. 자신들이 문화의 수호자라고 생각하면서, PC(Political Correctness, 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포함한 정치적 올바름)함이 우리를 탄압하고 우리의 문화(서브컬쳐)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바라봤다.

    최 비평가는 "여성혐오를 계속하게 놔두라고는 말할 수 없으니 '여성은 서브컬쳐의 진정한 향유자가 아니다', 'PC함이 작품성을 훼손한다' 등의 표현을 쓴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게임에 나오는 여성은 다 예뻐야 하는데 자꾸 못생기게 만든다는 식이다. 자기가 알고 있고 익숙했던 어떤 부분이 변하는 것 자체가 싫은 것이다. 서브컬쳐 팬들은 그것을 자기 정체성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영토'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관념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 '불매 선언', '평점 테러' 등을 굳이 드러내놓고 하는 이유를 두고는 "그게 제일 힘 안 들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수다' 하면서 자기 존재감을 강력하게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주인공 캐럴 댄버스 역을 맡은 브리 라슨이 자기 생각을 분명히 밝힌 점도 일부 남성 관객의 반감을 키운 것으로 바라봤다.

    그는 "만약 '저는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했어요'라고 했다면 평점 테러까진 안 갔을 수도 있다. 그런데 자의식을 가진 여성 배우가 '나는 이 영화를 이렇게 생각한다'고 주장하는 순간, 그 여성은 시키는 대로 하는 인형이나 단순한 피사체가 아닌 게 된다.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읽어내려는 것에 남성 관객들의 평점 테러가 쏟아진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2017년 개봉한 영화 '원더우먼'과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캡틴 마블' (사진=월트 디즈니 코리아 컴퍼니 제공)

     

    이 평론가는 '캡틴 마블'을 '원더우먼'과 비교하는 반응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이 평론가는 "'원더우먼'은 시각적으로 남성에게 쾌락을 주는 의상을 입고, 남성 중심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싸워주는 여자라면, '캡틴 마블'은 남성을 위해 웃거나 남성의 시각적 쾌락에 봉사하지도 않는 완전히 다른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캡틴 마블'은 '히어로물에서의 여성의 역할은 이래야 한다'는 남성적 편견의 기초를 아주 철저하게 흔들었기 때문에 반발이 심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평론가는 "마블 스튜디오는 '미투'(#Me_Too, '나도 말한다'는 뜻으로 자신이 겪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는 일) 이후 여성 서사가 달라져야 한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 마블이 특별히 친(親) 페미니즘이어서가 아니라, 영화 산업에서 이미 다른 가치관을 추구한다는 걸 재빠르게 파악해 여기에 저항하지 않고 자기 시장으로 영토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비평가도 "그동안은 남성들이 주로 점유할 수 있었던 서브컬쳐가 세계적인 주류문화가 되면서,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산업적·내용적 고려가 필요해졌다. 그러다 보니 기존 서브컬쳐 문화에는 허용되었던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요소들이 점진적으로 수정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투'를 비롯해 인종·젠더·난민 등에 대한 감수성 자체가 분명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 흐름 때문에 자기들이 (새로운 흐름에 의해) 배척당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기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곳에 (못마땅한) 무언가가 자꾸 들어온다며 나는 내 영역을 지키겠다고 하는데, '원래 내 영역'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진=월트 디즈니 코리아 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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