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과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함께 운동하며 배구선수의 꿈을 키운 동갑내기 친구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서 서로를 이겨야만 살아남는 외나무다리 싸움에서 만나는 운명의 대결을 펼치게 됐다.(사진=한국배구연맹)
“종민이가 그때는 코를 질질 흘리고 그랬다니까요” (차상현 GS칼텍스 감독)
“그건 기억이 안 나는데! 근데 내가 형이잖아!”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
지난 12일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의 단연 화두는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과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의 ‘절친 케미’였다.
1974년생 동갑내기 두 감독은 울산 중앙중과 마산 중앙고에서 함께 배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김종민 감독이 11월 4일생, 차상현 감독이 11월 7일생으로 생일까지 비슷하다. 그 때문에 김종민 감독은 “내가 형이다”라고 주장하고, 차 감독은 “4일 빠르다”며 어이없다는 코웃음을 친다.
공교롭게도 두 감독은 올 시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의 남은 한 자리를 두고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벌여야 한다. 배구의 신은 마지막 순간에 딱 한 명만 웃을 수 있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 두 친구를 데려다 놓았다.
올 시즌 정규리그 전적은 도로공사가 4승2패로 앞선다. 도로공사가 외국인 선수 문제로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1, 2라운드는 GS칼텍스가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3라운드부터는 도로공사가 내리 4경기에 승리했다.
다만 두 번의 풀 세트 경기가 각각 김천과 장충에서 한 번씩 있었다. 두 감독이 모두 ”어느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 것도 이 때문이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과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펼쳐야 하는 운명이지만 코트 밖에서는 30년이 넘는 오랜 친구 사이다. 두 감독은 미디어데이 현장에서도 취재진과 사전 인터뷰부터 뜨거운 입심 대결을 펼쳤다.(사진=한국배구연맹)
그렇다면 두 감독이 ‘봄 배구’에서 가장 경계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감독 부임 후 처음 ‘봄 배구’에 나서는 차상현 감독은 “솔직히 집착해서 준비하면 이상하게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도로공사를 빨리 탈락시키면 우리 팀과 IBK기업은행, 흥국생명이 편하게 갈 수 있었는데 그때마다 다 졌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봄 배구는) 보너스를 받았다는 생각으로 집착하지 말고 신나게 놀아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를 곁에서 들은 김종민 감독은 “아니야. 집착해야 해. 집착해야 한다니까”라며 차상현 감독을 거들었다. 그리고는 “우리도 외국인 선수도 바꾸고…시즌 중반까지는 정말 힘들었다”면서 “차 감독이 말한 것처럼 감독이 급해서 하기보다는 여유 있게 운영하는 것이 선수들도 마음이 편하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분명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 같다”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김종민 감독은 플레이오프의 목표로 초반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는 것을 꼽았다. 이유는 베테랑 선수가 많은 특성상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우승을 노리기 위해서는 그림을 조금 더 크게 그릴 필요가 있었다.
그러자 차상현 감독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내 숨을 가다듬고는 “우리는 첫 경기를 어떻게 잘 풀어가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어린 선수들이 과하게 긴장할 수 있다. 어떤 선수가 어떻게 터져서 어떻게 경기를 풀어갈 것이냐가 우리의 숙제”라고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