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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 "다큐멘터리 만들 때 굉장한 자유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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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은 "다큐멘터리 만들 때 굉장한 자유 느껴"

    [여성 감독 강좌 시즌 2-①] '고양이를 부탁해', '아파트 생태계' 정재은 감독

    "여성 감독들도 역사의 무게가 쌓이지만 여성 감독이 자기 작품을 깊이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은 영화제 정도로 한정되는 것 같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트랜스: 아시아영상문화연구소 김소영 소장의 말이다. 지난해 여성 감독의 '현재'를 살피고 그들이 가진 고유의 작가성을 탐구하기 위해 마련됐던 '여성 영화감독 초청 연속강좌'가 시즌 2로 돌아왔다. 3월 13일부터 4월 24일까지 총 6명의 여성 감독을 만나보자. [편집자 주]

    정재은 감독 (사진=영화사 조아, ㈜시그로 제공)

     

    2001년 개봉한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는 여러모로 그동안 한국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작품이었다. 지금처럼 반려인들이 많은 시기에 지어진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제목은 낯설었다. 주연 배우 5명(배두나·이요원·옥고운·온조·비류)이 모두 여성이었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각각 달라진 다섯 친구의 삶이 담겼다.

    정재은 감독은 데뷔작 '고양이를 부탁해'로 그해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2002년 제1회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신인감독상을 탔다. 그야말로 인상적인 출발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인권 소재 영화 '여섯 개의 시선', 인라인스케이트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세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태풍태양'을 연출한 정 감독은 2012년 '말하는 건축가'로 다큐멘터리 작업을 세상에 내놨다. '말하는 건축 시티 : 홀'과 극장 개봉은 하지 않은 '아파트 생태계'까지 정 감독은 '공간'에 집중해 작품 세계를 넓혀 왔다. 지난해에는 나카야마 미호와 김재욱이 주연한 '나비잠'을 통해 처음으로 한일 합작 영화에 도전했다.

    13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114호에서 '여성 영화감독 초청 연속강좌' 시즌 2의 첫 문을 여는 강의가 진행됐다. 주인공은 정재은 감독이었다.

    강의는 안민화 한예종 영상이론과 겸임교수의 비평 '도시, 건축, 인간에 대한 객체 지향적 다큐멘터리' 발제와 그에 대한 정 감독의 덧붙이는 이야기, 자유로운 질의응답으로 이뤄졌다.

    정 감독은 '객체 지향적 다큐멘터리'라는 표현을 듣고 "저에 대해 흥미로운 제목을 주셔서 저는 굉장히 재미있게 들었다"면서 "'네가 만든 다큐멘터리가 뭐냐?'하고 자문할 때가 많은데, '건축'이란 용어를 꺼내서 처음 다큐멘터리를 시작한 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말하는 건축 시티 : 홀'을 만들면서 제가 아름다운 건축물을 찍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저는 건축 다큐멘터리로 시작했지만 궁극적으로 제가 하는 것은 서울이란 공간에 대해 하나의 제 생각을 펼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정재은 감독이 만든 극영화. 데뷔작 '고양이를 부탁해'와 최근작 '나비잠' (사진=각 배급사 제공)

     

    정 감독은 "저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등 여러 작업을 병행하는데, 저 자신에 대해 '내러티브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는 만드는 방식에 약간 차이점이 있고 각각 장단점도 있다. 지금 (그걸) 하나하나 숙지해 나가는 과정인 것 같다"고 밝혔다.

    정 감독이 생각하는 다큐멘터리의 가장 큰 매력은 '창조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굉장한 자유를 느끼는 것 같다"고.

    "극영화 같은 경우는 점점 창조적인 영역 자체가 줄어들어요. 요즘은 콘티도 사전에 협의하고 찍어야 하니까 아무래도 한계가 많이 있죠. 다큐멘터리는 아무래도 제작자 자체가 저이고 모든 결정을 제가 하다 보니까 실제로는 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더 넓고요. 저에게 주어지는 창작의 압박도 더 크다고 생각해요. 긴 시간 들이고 저 혼자 많이 결정하니 현실적인 압박은 크지만 훨씬 더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란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계획하는 다큐멘터리가 굉장히 많아요. 과거의 논쟁이나 당대 사건 하나를 가지고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요, 단지 도시나 공간뿐 아니라요. (그렇게) 사건과 논쟁의 지점을 다시 접근해보자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아카이브만을 이용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도 하고 있고요. 다큐멘터리가 생각보다 창조하고 창작할 수 있는 영역이 굉장히 많이 열려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부분이) 다양한 가능성으로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또한 정 감독은 '아파트'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밝혔다. 아파트에서 오래 살지는 않았으나 한국을 대표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의 주거 공간이 아파트라는 공간으로 바뀌게 되었는지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2012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와 2013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 시티 : 홀' (사진=각 배급사 제공)

     

    정 감독은 "사실 아파트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공간이다. 다들 그곳에서 살면서도 왠지 뻔해 보이고 재미없다는 평가 속에 있는 공간인데, 저는 '그게 다일까?' 생각했다. 도시에서 시간이 축적되면서 이 공간에 맞게 되는 다양한 변화가 있다고 봤다. 그 안의 젊은이를 이야기하게 됐고, 그러다 아파트 역사를 공부했다"고 부연했다.

    다큐멘터리에서 감독의 내레이션을 거의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쓴 내레이션에도 내러티브가 포함되고, 언젠가 (그 내레이션을 쓰는)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취한 인터뷰 대상자들의 보이스(목소리) 이 모든 게 제가 결정한 내러티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 감독은 "한 인물 인터뷰를 하면 1~2시간씩 하고, 실제 (다큐멘터리에서는) 3~5분 분량을 쓴다. 어떤 부분을 쓰느냐 하는 것도 일종의 내레이션이라고 본다"며 "제가 구성하는 내러티브라고 봐서, 제 내레이션이 있고 없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극영화 '나비잠'을 선보인 정 감독은 현재 다큐멘터리 '고양이들의 아파트'를 편집 중이다. 정 감독은 "2017년 5월부터 작년 여름까지 촬영했는데, 올해 상반기면 편집 끝내고 가을쯤이면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고양이의 자는 모습과 먹는 모습, 어딘가 눈치 보면서 가는 것,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이 정말 수십 시간이 있다고 보시면 된다. '고양이가 나를 위해서 이런 걸 해 주다니!' 하는 진짜 놀라운 푸티지(Footage, 특정한 사건을 담은 장면을)가 있다"고 귀띔했다.

    정 감독은 "이 영화의 엔딩을 '(재개발이) 다 끝나고 텅 빈 땅'으로 하는 게 제 목표다. 제게는 콘크리트도 유기적인 하나의 생명체로 느껴진다. 일종의 '도시의 소멸'을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파트의 개발과 변천사를 중심으로 서울이라는 도시의 역사와 삶의 양식의 변화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아파트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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