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딥이슈'는 연예 이슈를 한 걸음 더 깊이 들여다보면서 그 이면의 사회·문화 현상을 진단합니다. [편집자주]
배우 고(故) 장자연. (사진=자료사진)
2009년 배우 고(故) 장자연이 권력층에 의한 성 접대 강요를 폭로하며 세상을 떠났다. 2019년 승리·정준영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밝혀진 성매매 알선·불법촬영 및 유포 혐의와 경찰 유착 의혹은 또 한 번 깊게 뿌리내린 성범죄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장자연 사망 이후에도 그가 남긴 문건 속 정·재계·언론계 권력자들은 '봐주기' 수사로 처벌을 피해갔다는 의혹을 받았다. 대검찰청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재수사에 착수해 목격자 윤지오씨가 증언을 하면서 겨우 사건이 풀려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렇게 되기까지 장장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강산도 바뀔 법한 시간인데, 여전히 여성을 향한 성착취는 만연하다. 진상 규명이 되지 않았던 고(故) 장자연 사건은 결국 10년이 지나 승리·정준영 사건으로 되돌아왔다. 승리·정준영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은 '남성연대'라는 공고한 카르텔 속에서 어떻게 여성 피해자가 양산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박아름 활동가는 "고(故) 장자연씨의 죽음 이후, 10년 동안 얼마나 많은 남성 유명인들이 성매매와 성폭력, 데이트 폭력으로 문제제기가 됐나. 정준영도 이미 몇년 전부터 혐의가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가 한 번도 제대로 해결된 적이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종임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일단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처벌 수위가 너무나 가볍다 보니 그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 모두가 고위직이고 권력층은 아니지만 청년들은 사어버 성범죄를 '문화'처럼 즐기고, 직장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유흥업소에 간다. 대다수 남성들이 여기 가담돼 있다 보니 잘못된 인식이 보편적으로 확산돼 우리 사회가 점철된 셈"이라고 문제점을 밝혔다.
가수 정준영과 승리.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유명인들이 얽힌 사건들은 대중에게 어느 정도 사회적 본보기로 작용한다. 그런데 가해자로 지목됐던 남성 권력자·유명인들은 사건 이후에도 '정상적인' 삶을 영위해왔다. 그것이 가능했던 결정적 이유는 이들을 용인하고 감싸는 남성 권력 구조의 힘이다.
이종임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사건을 포함해 장자연씨의 죽음과 김학의 성 접대 사건 등은 남성 중심적 한국 사회가 보여주는 문제 상황들이다. 그런데 조직과 제도 등이 남성 중심적 시각에서 논의 되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미디어 역시 문제나 죄가 있어도 그냥 인기만 있다면 복귀시키고 쉽게 용서했다. '저렇게 해도 괜찮다'는 일종의 학습 효과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박아름 활동가는 "'남성연대' 안에서 그들은 들키지만 않으면 되고 부인하면 넘어갈 수 있다. 남자 유명인들에게는 재기할 수 있다는 경험과 구조 그리고 믿음이 있는 것 같았다"면서 "실제로 혐의를 받게 된 남성 유명인들은 피해자들을 쉽게 꽃뱀으로 몰아가고 유야무야 사건이 잊혀질 만하면 다시 복귀하는 수순을 밟았다. 사회는 그들에게 그것이 범죄이고 인생이 잘못될 수 있는 문제라는 메시지를 보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이뤄진 여성혐오와 성적대상화 그리고 남성 중심적인 문화 자체가 끊어지지 않는다면 이 같은 본보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는 제 2의 승리, 제 2의 정준영이 나오는 미래다.
박아름 활동가는 "연예계는 꾸준히 여성 혐오가 이어져 온 곳이다. 여성 아이돌 가수만 봐도 어리지만 섹시한 이미지로 성적 대상화되고 그렇게 소비된다. 남성 연예인들은 너무도 쉽게 성희롱과 여성 혐오적 발언을 내뱉는다. 그것이 공고히 유지되고 있다. 그 안에 있는 연예인들의 인식이 왜곡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경제적인 부분까지 카르텔이 있다면 그 중 소수의 범죄는 카르텔 자체에 타격을 줄 수 없다. 근본적인 카르텔, 여성 혐오적인 인식 등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결국 완전한 해결도, 재발방지도 이뤄질 수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