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사진=연합뉴스)
미국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연일 대북 압박 강도를 높여가자 북한이 비핵화 협상 중단 가능성을 경고하며 강력 반발했다.
이에 따라 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우호적 분위기를 보였던 북미관계는 다시 빠르게 얼어붙으며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
15일 AP통신과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오전 평양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이 제기한 요구에 양보할 의사가 없고, 이런 식의 협상에 참여할 의사도 없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하노이 회담 결렬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비판하며 "(미국 측은) 그들의 정치적 이익에만 몰두했고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진지한 의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겨냥해 "(이들이) 적대감과 불신 분위기를 조장했고 이로써 두 정상의 건설적 협상 노력을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미국은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렸다면서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지속할 지,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중단을 유지할지 등을 곧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부상은 이와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결렬에 따른 향후 계획을 담은 공식 성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세번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의 2차 북미정상회담 확대회담에 배석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왼쪽)이 웃음 띤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하노이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기자회견은 미국이 하노이 회담 결렬 책임을 북한에 전가하고 북한이 비핵화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며 강도 높은 옥죄기에 나선 가운데 이뤄졌다.
미국이 중심이 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12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하던 와중에도 핵물질 생산은 계속했다고 비판했다.
또 남포항 수중 비밀 송유관 등을 이용해 유류를 몰래 수입하거나 가상화폐거래소를 해킹해 약 6억 달러를 절취한 사실 등을 지적하며 대북 제재 강화의 명분을 쌓았다.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은 14일 미 상원 군사위 예산 관련 청문회에서 군사 압박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주한미군 상황과 관련해 "그들의 현재 우선 과제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해 국무부가 주도하는 최대 압박 작전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협력해 안보리 결의가 제한한 정제유와 기타 물질의 불법적인 선박 환적을 막기 위해 해상과 항공 작전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최 부상의 이날 회견은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의 '선 비핵화 후 보상' 방식으로 선회하며 '최대의 압박'을 가할 조짐이 뚜렷해지자 강 대 강의 정면 돌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최 부상은 미국과 협상을 지속할 것인지와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중단을 유지할지 등을 곧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기존의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북한의 최종 선택과 구체적 내용은 조만간 발표될 김정은 위원장의 성명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미국에 대해 며칠간의 말미를 주고 대화냐 대결이냐의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한 셈이다.
만약 북한이 실제로 대미협상을 중단하고 핵·미사일 시험을 재개한다면 한미군사훈련 역시 재개되는 것은 물론 대북제재와 군사적 압박이 훨씬 강화되면서 2017년 수준을 뛰어넘는 무력충돌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북한은 다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피하고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책임을 부각함으로써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최 부상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유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 등이 "적대감과 불신 분위기를 조장"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