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청소년기후소송지원단 주최로 열린 ‘315 청소년 기후행동’ 집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빈상자를 재활용한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15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100여명의 청소년들이 모여 앉았다.
앳된 초등학생부터 제법 성숙해 보이는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청소년들의 손에는 '미세먼지는 마약',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나라에 살고 싶다', '지구는 쓰레기 더미' 같은 문구의 작은 손 팻말이 들려 있었다. 화려하지 않고 잘 만들지도 않았지만 일일이 손으로 만든 정성이 묻어 있는 팻말들이었다.
2,30년 뒤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될 이들이 모인 이유는 또래 청소년들과 선후배 세대들에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정부에 기후변화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청소년기후소송지원단 주최로 열린 ‘315 청소년 기후행동’ 집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빈상자를 재활용한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지난주 서울에 6일 연속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발령되고 미세먼지가 사회적 재난으로 지정되는 등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는 데도 기후변화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 기성세대에 대한 일침이라고 할 수 있다.
수시로 찾아들어 물러날 줄을 모르는 미세먼지 때문인지 이날 청소년들의 주된 걱정도 미세먼지 그 자체였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초 6학년 김준서 학생은 "친구들과 미세먼지 때문에 밖에서 제대로 놀지 못하고 일주일에 2번 있는 체육시간은 교과서 낭독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미세먼지와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아주 가끔 오던 재난문자가 이제는 내 핸드폰을 도배하고 학교 다닐 때 마스크가 필수품이 되었다"고 소개했다.
광명에 있는 대안학교인 볍씨학교 8학년 최연재, 신서윤 학생은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본질을 파고 들었다.
두 학생은 "화력발전 일부 조기 폐쇄와 제한 확대, 차량 2부제 등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아주 단기적인 해결책일 뿐이다. 정부가 더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청소년기후소송지원단 주최로 열린 ‘315 청소년 기후행동’ 집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빈상자를 재활용한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서울 관악구 당곡고 1학년 방태령 학생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시장 후보부터 구의원 후보까지 제대로 된 환경 공약이 없었다"면서 "앞으로 각종 선거에서 환경관련 공약을 필수적으로 넣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시위를 주최한 청소년기후소송단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를 멈추게 하는 것은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라며 정부와 국회, 학교, 기성세대들에게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과 해결책을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청와대 앞까지 행진을 한 뒤 해산했다.
이날 집회는 서울에서만 열린게 아니다. 캐나다, 호주, 독일, 스페인 등 92개국의 1209개 청소년 단체들이 미래를 지키기 위한 기후행동에 동참한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