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니까 보기에 좋기는 한데 한번 쓰고 버리기엔 아까운 감이 있죠" (이지영씨ㆍ37세)
커피와 같은 테이크아웃 음료를 담는 일회용 용기의 디자인이 날로 고급화되고 있다.
화려한 원색의 프린트가 입혀진 컵이나 홀더를 흔히 찾아볼 수 있고, 홀더 대신 컵을 하나 더 끼워주는 곳도 있다. 무채색ㆍ무광택의 골판지 재질 홀더는 테이크아웃 음료 시장 초창기에 많이 사용되었으나 지금은 두꺼운 재질의 코팅 종이를 입체적으로 구성해 컵과 사이에 공간이 생기도록 만든 '에어홀더'가 주목받는 추세다.
이러한 음료 용기의 고급화 바람은 카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음료의 맛뿐 아니라 담는 용기도 고객을 끌어당기는 차별화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예쁘고 고급스러운 게 뭐가 나쁘냐는 시각도 있지만 문제는 이런 컵들이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라는 데 있다.
◇ 고급 컵에 추가로 투입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고급진' 컵에 수수한 컵보다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된다는 건 자명하다. 홀더 대신 다른 컵을 한 개 더 끼우면 쓰이는 종이의 양도, 컵값도 2배로 들기 마련.
국내 일회용 식음료 용기의 최대 유통처인 서울 중구 방산시장에서 판매되는 일회용 커피 컵(12온스 기준)의 가격은 45원 선인데 여기에 홀더 대신 컵을 끼워주면 50원이 추가된다. 본체보다 크기가 조금 더 큰 16온스 컵을 끼워야 하기 때문이다. 뚜껑을 제외한 컵 값만 95원이 되어 구형 골판지 홀더를 세트로 사용했을 때 가격인 68∼70원의 약 1.5배에 이른다.
홀더나 다른 종이컵을 끼우지 않아도 되게끔 컵 자체에 홀더 기능의 종이 층을 덧대어 만든 일명 '이중컵'도 요즘 카페들에서 자주 쓰는 용기라고 한다. 가격은 90∼120원(수입지 사용)으로 컵 두 개를 쓰는 것보다 오히려 비싼 편이다.
여기에 색이나 무늬를 입히면 인쇄비가 추가되고 제작 초기에 동판 비용으로 색깔 1종류마다 8만∼10만원 정도가 더 든다.
수수한 스타일의 일회용 컵의 평균가격을 69원, 컵 두 개 또는 이중컵을 썼을 때의 중간값을 105원으로 봤을 때(인쇄비용 제외) 차액은 36원이다. 개당 가격으로만 보면 별로 큰 차이가 아닌 것 같지만, 환경부가 집계한 우리나라 커피전문점의 연간 일회용 컵 사용량(2015년 기준)이 61억개인 것을 떠올리면 적은 금액이 아니다.
방산시장 '다*포장' 관계자는 "컵을 두 개 쓰거나 이중컵을 사용하게 되면 아무래도 홀더를 끼우는 것보다 종이가 많이 든다"며 "요즘은 일회용품 남용에 대한 비판 인식이 높아져서 컵을 2개 쓰는 곳은 그래도 많이 줄어든 추세"라고 전했다.
최근 대안으로 떠오른 게 에어홀더. 에어홀더는 구형 골판지 홀더와 비교할 때 사용되는 펄프 양은 대동소이하다고 업체들은 설명한다. 가격은 구형 홀더보다 15원가량 비싼 39원선.
그러나 에어홀더는 보관할 때 자리를 많이 차지해 '공간 비용'이 상승한다. 골판지식 홀더는 납작하게 반으로 접을 수 있어 자리를 그다지 많이 차지하지 않지만, 타원형 구조로 빳빳해서 접히지 않는 에어홀더는 차지하는 부피가 크기 때문.
'판**팩' 관계자는 "에어홀더가 요즘 뜨는 트렌드이긴 한데 접히는 홀더를 찾는 고객이 70%가량이고 나머지는 에어홀더를 사가는 편"이라며 "보관에 자리가 많이 들기 때문에 개인 업장보다는 기업형 카페에서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 뚜껑도 차별화 추세…용기 업체들도 "지나친 고급화 원치 않아"
고급화 바람이 부는 것은 음료 용기의 본체(컵)만이 아니다. 요즘은 뚜껑도 다른 업체와 구별되는 색다른 디자인을 선호하는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 공급업체들의 설명이다.
뚜껑은 보통 플라스틱 원단을 찍어내는 금형의 디자인을 다르게 해 색다른 모양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 디자인이 고급화된다고 자원이 더 들어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투명 뚜껑을 사용해 내용물이 훤히 보이게 하는데 이르면 사정이 다르다고 용기 업체 관계자들은 전했다.
'판**팩' 관계자는 "뜨거운 음료에 투명한 플라스틱 뚜껑을 씌우려면 내열 처리된 투명 플라스틱을 써야 하는데 보통 컵보다 재료비가 비싸 가격도 25% 정도 비싸다"고 설명했다.
방산시장에서 고급 패키지를 전문으로 제작ㆍ판매하는 '어**사' 박모 대표는 테이크아웃 음료 용기의 고급화 경향에 대해 "보통 프랜차이즈사나 규모가 큰 카페 체인이 고급 용기를 먼저 시도하고 개인 카페 운영자들이 경쟁에 뒤질 수 없으니 모방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일회용컵의 고급화 경향은 상대적으로 용품 구매나 보관 비용을 감당하기 쉬운 대형 음료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일회용품을 제작ㆍ판매하는 업체들도 지나친 고급화는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방산시장에서 일회용기 업체를 오래 운영해온 오픈마켓 서보현 대표는 "생활 속에서 일회용기 사용을 안 할 수는 없는데 기본적인 기능에서 벗어난 지나친 고급화는 일회용기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나 규제만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재활용이 쉽거나 생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일회용품을 개발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는 "일회용품 사용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할 계획으로 테이크아웃 음료 컵이 지나치게 고급화되어 자원 낭비를 하는 부분이 있다면 규제가 필요한지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