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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조우진의 사냥개는 센 표정도 감정 과잉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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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조우진의 사냥개는 센 표정도 감정 과잉도 없다

    [노컷 인터뷰] '돈' 한지철 역 조우진 ①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돈'의 한지철 역을 맡은 배우 조우진을 만났다. (사진=쇼박스 제공)

     

    ※ 이 기사에는 영화 '돈'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조우진이 또 다시 경제 관료로 돌아왔다. 전작 '국가부도의 날'에서는 경제위기 때문에 고통받는 피해자보다는 이를 이용해 새 판을 짜겠다는 야심이 앞서는 재정국 차관을 '얄미울 정도로' 완벽히 연기했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 '돈'(감독 박누리)에서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의 '사냥개'라는 별명을 가진 한지철은 사익보다는 공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신화적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 분)를 만난 후 그의 지시에 따라 불법·탈법적인 거래를 벌이는 조일현(류준열 분)을 단죄하려고 하는 정의로운 역할이다.

    '한 사람쯤은 옳고 그른 걸 분명히 판단하고, 자기 개인보다는 대의를 위해 행동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반영된 캐릭터. 그래서 한지철을 보면서 '국가부도의 날'의 한시현(김혜수 분) 캐릭터가 떠올랐다. 경제 위기에 관련한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밝혀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했던.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조우진을 만났다. 영화 개봉을 앞둬서인지 '돈' 홍보용 회색 후드를 입고 있었다. 안이 기모 처리돼 있어 더 더워지면 입지 못해 열심히 입고 다닌다는 설명으로 라운드 인터뷰가 시작됐다.

    ◇ 조우진이 본 한지철은 "자기감정에 솔직한 사람"

    인터뷰 당시 조우진은 '돈'을 기술 시사 때 한 번, 지난 6일 열린 언론 시사회 때 한 번 총 2번 봤다고 말했다. 아직도 본인이 출연한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기'가 힘들다고 한 조우진은 영화 '돈'에 관해서도 생각을 정리 중이라고 말했다.

    조우진은 '돈'을 보면서 흐름이 어떤지, 영화가 가진 에너지가 있나, 그 에너지가 좌석에 딱 앉아서 볼 만큼 큰가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조우진은 이번에 맡은 한지철 역을 "자기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다. 이런 인물이라면 왠지 이런 말은 안 할 것 같은데, 하는 데까지 생각이 뻗어나갔다. 만약 직접 연기한다면 '내가 한 캐릭터 중 가장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되겠구나' 싶었다고.

    "연기하는 배우로서의 조우진은 최대한 유연하게 마음을 열어놨어요. 한지철이라는 캐릭터는 모든 상황에서 상대의 말과 표정에 반응을 더 솔직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인물이면 좋지 않을까 했거든요. 최대한 디테일하게 파고드는. 여기서 얘기하는 '상대'는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일 수도 있고, 현장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많겠죠. 그런 것들을 받아들이되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반응하는 사람이면 어떨까 했어요. 대사도 그런 식으로 쳤고요. 보는 분들이 이 사람 속내를 최대한 많이 알 수 있는 캐릭터라면 어떨까 했죠."

    그런 한지철의 성격이 본인과도 닮았냐고 묻자 "아니다. 저는 내성적"이라는 답이 곧장 돌아왔다. 조우진은 "저는 연기하면서 비교적 외향적으로 변한 것 같다"며 "지금도 (누군가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그런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부연했다.

    조우진이 맡은 한지철은 극중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 분)의 지시로 '수상한 거래'를 하는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을 의심하고 좇는 역할이다. "일한 만큼만 벌어"란 대사는 한지철을 한 마디로 설명한다. (사진=쇼박스 제공)

     

    조우진은 한지철이라는 캐릭터를 '집요함'과 '워커홀릭'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극중 별명인 '사냥개'를 너무 전형적으로 그리고 싶지 않아서 오히려 톤 조절을 했다. 한지철에게서 물어뜯을 것 같은 센 표정이나 벼락같은 고성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그는 "'사냥개니까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상상하고 오실 관객분들에게 너무 정답을 드리고 싶진 않았다. 혹은 전에 보셨던 다른 영화에서의 제 모습 안에서 기능할 것 같아서, 적지 않은 돈 내고 오시는 분들한테 시도할 만한 방법은 아니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 극중 '이혼남' 설정은 조우진의 아이디어

    왜 한지철은 '사냥개'가 되었는가. 조우진이 캐릭터를 분석할 때 가장 처음 한 생각이었다. 범죄가 자꾸 지능화되고, 고약해지고, 규모도 커지다 보니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그 정도가 지독해서 '사냥개'란 별명이 붙고, '시스템을 뛰어넘으려는' 사람으로까지 발전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었다.

    애정을 갖고 집요하게 파고들며, 일에 모든 걸 바치는 남자. 그렇다면 분명 못 챙기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조우진은 한지철이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봤다. 직업과 직무 말고는 '사람 한지철'로서 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적지 않은 가장들이 가정을 잘 못 돌보잖아요. 그런 부분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혼남은 어때요?' 했죠.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로 들어가면 '태블릿이야, 태권도야? 네 잘난 새 아빠한테 사 달라고 해' 이러죠. "일한 만큼만 벌어"라고 하는 게 (저에게) 시그니처 대사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돈에 대해 보편타당한 시각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니 역할 수행을 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돈에 대한 콤플렉스가 생겼을 것 같아요. 그런 것조차도 담아내고 싶어서 육두문자도 추가했고요. (웃음)"

    조우진은 '당위'를 이야기하는 캐릭터지만 영화적인 재미도 함께 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는 "사회적으로 필요하면서도 영화적 긴장감을 안겨다주는 캐릭터로 보였으면 했다. (둘 사이에) 너무 간극이 생기면 영화하고도 맞지 않는 틀린 연기가 되어버리니까"라고 말했다.

    조우진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사람으로서의 가치를 담은 캐릭터로 보이되, 긴장감을 줄 만한 호흡을 조절하며 너무 소리 지르거나 과잉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며 "사람이 죽어 나가는 시점을 한지철의 변곡점이라고 봤다. 여러 사람 목숨까지 오가는 범죄니까. 변곡점을 확실하게 찍어주면서도, 현실에서 나올 만한, 보기 불편하지 않은 과잉되지 않은 호흡으로 담아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조우진은 '돈'에서 금융감독원의 '사냥개'라고 불리는 한지철 역을 맡았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국가부도의 날'에서는 재정국 차관 역을 맡았다. 하지만 두 캐릭터는 180도 다르다. (사진=쇼박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아이디어를 풍부하게 반영할 수 있었던 이유

    이혼남 설정을 넣어 캐릭터를 좀 더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었던 데에는 박누리 감독과의 '충분한 대화'가 큰 몫을 했다.

    조우진은 "감독님께서 영화 전체의 각 장면, 각 씬에 저마다의 목표 같은 것들을 정확하게 그리고 계시더라. 말이 되든 안 되든 어떤 아이디어를 제안해도 대답 자체가 굉장히 명료했다. 그건 맞다, 안 맞다, 재미있다, 재미없다 하는 게"라고 밝혔다.

    조우진은 "피드백이 워낙 명료해서 조금 더 신나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장에서 판단할 질문과 아이디어가 많아지면 자칫 잘못하다간 영화를 산으로 보낼 수 있다. 기발하고 좋은지, 반영할지 안 할지를 정확히 잡아주셨기 때문에 마음껏 아이디어를 냈다"며 박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극중 가장 자주 마주한 상대인 류준열과 현장에서 많은 대화를 하며 장면을 만들어갔다. 조우진은 자기 연기를 상대가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불편하지 않았는지를 꼭 확인한다고. 배우들이 이해되어야 관객들도 설득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상대의 반응을 살피고 그에 맞추는 방식이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는 "상대가 불편해하지 않으면 괜찮다. 몸과 마음이 조금 수고로워야 결과물이 낫더라. 관객들이 이해될 만큼의 감정, 호흡, 대사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시는 분들은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시간을 들여서 저희가 한 작품을 보시니까. 힘들거나 피곤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덕분에 한지철은 정의감에만 불타 현실과는 동떨어진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인터뷰에서도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보였다'는 반응이 나왔다.

    조우진은 "제가 분석한 아이디어를 갖고 현장에서 케미를 맞추며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드는 과정이 있을 텐데, 그 과정에서 제일 큰 요인과 원동력이라고 하면 상대 배우가 아닐까 싶다"며 "돈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가 다 다르지 않나. 여러 상대를 마주치면서 연기하다 보니 저도 상대 리액션에 맞는 걸 더 많이 생각하는 편이다. 그렇게 (좋게) 보셨다면 거기에 기인한 결과물일 것"이라고 답했다.

    류준열에 관해서는 "본인이 정말 납득될 때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게 저하고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탐구 정신이 참 엄청난 친구다. '그렇게까지 궁금해? 그렇게까지 호기심을 갖고 있어?' 할 정도로. 모니터도 굉장히 꼼꼼히 하고 굉장히 열심히 했다"고 전했다.

    배우 조우진 (사진=쇼박스 제공)

     

    본인 캐릭터와 영화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 달라고 부탁하자, 조우진은 "제가 광고를 잘 못 한다"며 얼굴이 상기됐다. 본인이 맡은 한지철을 홍보하기보다는 다른 배우들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돈 액수가 커지면서 바뀌어가는 류준열 씨의 안면근육 변화, 포마드 질감의 변화. (웃음)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맞닥뜨리는, 순수했던 시절의 조일현. 제가 참여한 작품과 제 동료라서가 아니라, 촬영할 때도 놀랐는데 그때 (화면으로 보고 나서) 많이 놀랐다. 제가 막판에 '실제로 녹음 다 했단 말이야?' 하는 대사를 치는데 그때 조일현이 맨 앞으로, 순수했던 모습으로 돌아가잖아요. 그 간극이 엄청나게 큰 거예요. 그런 부분까지 바라보고 발견하실 수 있다면 영화적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지태 형은… 지태 형의 눈매가 처음 조일현을 만났을 때와 맨 마지막에 조일현과 헤어질 때의 의미심장한 눈매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게 캐릭터의 신상을 모두 다 충분히 표현한다고 생각하고요. 돈의 액수가 달라짐에 따라서,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지독해지고 악독해지고 규모가 커짐에 따라서 지태 형의 눈매를 따라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영화적 재미가 될 것 같아요. 그 연기는 뭐라고 할까, 저도 참고서 삼아보고 싶을 정도예요. 오랫동안 연기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그런 연기라고 봐요. 아무나 못 하니까요. 어떤 때는 (눈매가) 짧은 순간에 슥 바뀌잖아요. 눈 감았다 떴는데 다른 눈이 나와버리니… 보통 테크닉이 아닙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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