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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년부부 시설 탈출기…"우리 같이 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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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중년부부 시설 탈출기…"우리 같이 살까요?"

    사진=SBS 제공

     

    이상분(41)·유정우(38)씨 부부는 초보 사회인이다. 보육·장애인 시설에서 30년 동안 살다가 갓 사회로 나온 까닭이다.

    지적장애를 지닌 두 사람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린 시절 가족과 헤어져 서울 한 보육원에서 자랐다. 성인이 된 뒤에도 두 사람은 사회로 나가지 못했다. 본인 의지와 상관 없이 시설에서 또 다른 시설로 보내져 무려 15년을 그 안에서만 살았다.

    17일(일) 오후 11시 5분 방송되는 SBS스페셜에서는 '우리, 같이 살까요?'를 주제로 상분·정우씨 부부가 살아 왔고, 살고 있고, 살아 나갈 날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정우씨는 여자 원생들이 머무르던 3층 보일러실에 기름을 넣으러 갔다가 상분씨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그는 시설에 적응하지 못해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힘들어하는 상분씨를 춤과 노래로 위로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해당 시설이 비리와 인권침해로 세상 밖에 알려지면서 2013년 두 사람은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둘은 2016년 2월 14일 결혼식을 올려 부부의 연을 맺었다. 부부는 삶의 대부분을 보낸 시설에서의 시간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사회로 나온 뒤 사무보조로 취직도 했고 인사하며 지내는 이웃도 제법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힘든 점도 많다. 쉽게 남의 말을 믿어 사기를 당한 적도 있다. 행인에게 이유 없이 욕설을 듣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래도 상분·정우씨 부부는 지금 생활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원할 때 잠을 자고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고 싶은 곳에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소하더라도 시설에서는 할 수 없던 일을 할 수 있는, 일상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을 되찾은 두 사람에게는 새로운 꿈도 생겼다. 많은 사람에게 춤과 노래를 보여주고 싶다는 정우씨는 전국노래자랑 예선만 두 차례 경험한, 무대 의상까지 갖춘 준비된 가수 지망생이다. 상분씨는 어느 순간부터 시를 좋아하게 됐고, 자작시로 마음을 풀어내기도 한다.

    30년 넘도록 시설에서 보낸 두 사람은 여전히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다. 부부는 신혼여행도 복지사와 함께 다녀왔다. 도움 없이 차표를 끊고, 숙소를 예약하고, 낯선 곳에서 길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한 부부가 생애 처음으로 1박 2일 자유여행을 떠났다. 상분씨는 여행 경비 관리를, 정우씨는 길 찾기를 맡아 강릉 겨울 바다로 향했다. 설레는 마음도 잠시, 두 사람은 낯선 여행지에서 길을 잃는 등 고비를 만났다.

    제작진은 "혹자는 '그렇게 힘들고 불편하게 살 바에야 시설 보호를 받으며 지내는 게 낫지 않겠냐' '탈시설이 꼭 필요한 것이냐'고 말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상분·정우씨 부부는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고 이미 당신과 함께 살고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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