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서울에 들어서는 고시원은 방 면적이 최소 7㎡ 이상이어야 한다. 방마다 창문(채광창)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서울시는 18일 이런 내용을 담아 '노후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가 발생한 지 4개월 만에 서울시가 내놓은 고시원 주거안정 대책이다.
'서울형 고시원 주거기준'은 고시원 방의 실면적은 7㎡(화장실 포함 10㎡) 이상이고, 방마다 채광창이 설치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고시원은 ‘다중생활시설’로 분류돼 복도 폭(편복도 1.2m, 중복도 1.5m 이상) 규정만 있고 면적이나 창문 설치 등에 대한 기준은 없다. 이렇다 보니 일반 고시원에는 한 평(3.3㎡) 남짓한 크기에 창문조차 없는 방이 넘쳐나는 실정이다.
서울시가 시내 5개 고시원을 조사한 결과 실면적은 4∼9㎡이었고, 창문 없는 방(먹방)의 비율은 최고 74%에 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영국·일본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최소한의 주거조건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고시원 운영 가이드라인을 노후 고시원 리모델링 사업에 즉시 적용하고, 국토교통부에 건축 기준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시는 안전 대책도 강화할 방침이다. 스프링클러 설치 예산을 2.4배로 늘려 총 15억원을 노후고시원 70여곳에 전액 지원한다.
이와함께 서울시는 아울러 중앙정부와 협력해 관련 법을 개정, 향후 2년 내 모든 고시원에 간이 스프링클러가 설치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중앙정부와 협력해 고시원의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를 소급 적용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한다. 현재 관련 법(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전국 1만1892개의 고시원 가운데 서울에만 5840개(49.1%)가 몰려 있다. 이 중 1061개(18.2%)는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기 이전인 2009년 7월 이전부터 운영 중인 곳이어서 사실상 화재에 무방비 상태다.
저소득가구에 임대료 일부를 지원하는 '서울형 주택 바우처' 대상에 고시원 거주자도 새롭게 포함했다. 수혜 대상은 약 1만 가구로, 1인당 월 5만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고시원 밀집지역에 빨래방·샤워실·운동실 등 생활편의시설을 집적한 가칭 ‘고시원 리빙라운지’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시가 고시원 밀집 지역 내 건물을 임대해 고시원 거주자를 위한 빨래방, 샤워실, 운동실 등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노후 고시원 등 유휴건물을 셰어하우스로 리모델링해 1인 가구에게 시세 80% 임대료로 공급하는 '리모델링형 사회주택' 활성화에도 나선다.
민간 사업자의 사업 활성화를 위해 다중주택 건립규모 완화(3개 층 330㎡이하→4개 층 660㎡ 이하)도 법 개정을 통해 추진한다. 노후 고시원, 모텔, 여인숙 같이 공실이 많은 도심 내 근린생활시설을 공유주택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류훈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이번 대책은 고시원 거주자의 주거 인권을 근본적으로 바로세우고 안전과 삶의 질을 강화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