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 공개(사진=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의회 의장이 공금인 업무추진비를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수십차례 쓴 사실이 확인됐다.
업무추진비를 공무와 무관한 곳에 쓰면서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면 횡령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서울시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에 따르면, 영등포구의회 윤준용 의장은 2014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영등포 N식당에서 30차례에 걸쳐 업무추진비 1011만1000원을 사용했다. 1회당 평균 33만7000원 꼴이다.
많을 때는 1주일에 2번, 한달에 4번까지 N식당을 이용했다. 2015년 7월을 제외하고는 2년 동안 매달 방문했다. 당시 윤 의장이 업무추진비를 가장 많이 쓴 곳도 N식당이었다.
해당 기간 윤 의장은 영등포구의회 부의장을 지냈다. 부의장에게는 매월 160만원씩 업무추진비가 지급된다. 업무추진비 대부분을 N식당에 쓴 건 물론, 2015년 12월에는 부의장 업무추진비 전액을 N식당에서 사용했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N식당은 윤 의장 부인이 운영하던 곳으로 드러났다. N식당에서 쓴 구의회 업무추진비가 고스란히 윤 의장 부부 주머니로 들아간 셈이다.
영등포구의회 관계자는 "(윤 의장이) 허구헌 날 N식당에서 식사를 했다"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카드깡'을 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고 말했다.
N식당에서 사용한 업무추진비의 집행 명목은 대부분 '구정 업무협의 관련 간담회'로 기재돼 있다. 하지만 복수의 구의회 관계자는 "N식당에서 간담회처럼 공무적인 성격을 띄는 식사 자리는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업무추진비를 부인 식당에 사용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해충돌 여지가 크다.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가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거나 개인이나 단체에 부정한 특혜를 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률가들은 횡령죄도 성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남민준 형사전문 변호사는 "경제적 공동체인 아내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업무추진비 대부분을 썼다는 점과 식사 자리가 사실상 단순한 회식 자리였을 가능성이 큰 점 등에 비춰보면 업무상 횡령죄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윤 의장은 "(N식당에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직원들에게 회식을 시켜준 것 같은데 한참 지난 일이라 구체적인 횟수나 액수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가깝고 싸서 N식당을 갔을 뿐 사적 이익을 취하려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해명했다.
N식당은 윤 의장이 영등포구회의 의장이 된 지난해 7월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