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국가대표 이강인의 가세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2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한형기자
“저는 어려서부터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뛰었기 때문에…”
생애 처음으로 축구대표팀의 부름을 받는 18세 막내 이강인(발렌시아)은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포지션을 묻는 말에 분명하게 답했다.
11세 어린 나이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 유소년팀에 입단한 이강인은 4-2-3-1전술의 2선 중앙에서 집중적으로 육성됐다. 스페인 클럽은 성인팀의 전술을 유소년팀에서도 똑같이 쓰는 경우가 많다. 발렌시아도 마찬가지였다. 일찌감치 발렌시아 중원의 핵심자원으로 낙점된 이강인은 유소년팀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강인이 18세가 되어 1군 계약을 하고 성인팀을 오가는 상황은 조금 다르다. 마르셀리노 감독은 발렌시아가 전통적으로 사용했던 4-2-3-1이 아닌 4-4-2를 주로 활용한다. 이 때문에 1군팀의 경기에 나서는 이강인은 자신 있는 포지션이 아닌 측면 미드필더로 나서야 했다.
이강인을 소집한 파울루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맡아 4-2-3-1전술을 사용한다. 이강인에게는 자신이 익숙한 전술에서 뛸 기회다. 그런 면에서 자신감을 드러낼 만한 상황이다.
10대 국가대표의 등장으로 큰 주목을 받는 축구대표팀은 이강인의 발언으로 포지션 경쟁이 더욱 관심을 끌게 됐다. 이미 해당 포지션에는 많은 가용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표팀은 27명이 소집됐고, 이 가운데 절반인 13명이 미드필더다. 이 가운데 3선 자원으로 분류할 만한 선수는 정우영(알 사드)과 주세종(아산)이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가 전부 이강인과 포지션 경쟁자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이번 대표팀에는 그동안 부상으로 제외됐던 권창훈(디종)이 복귀했고, 백승호(지로나)와 김정민(리퍼링)도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백승호 역시 2선 자원으로 중앙과 측면을 두루 소화하며 김정민도 ‘제2의 기성용’이라고 불리는 중앙 자원이다.
측면과 중앙에서 두루 활용 가능한 자원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벤투 감독은 훈련을 통해 22일 볼리비아전과 26일 콜롬비아전에 나설 선수 구성을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3선과 수비자원의 변화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풍부한 2선 자원의 활용법을 찾기 위한 벤투 감독의 행복한 고민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