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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첩보 스릴러는 왜 드라마여야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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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욱 감독 첩보 스릴러는 왜 드라마여야만 했나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왓챠 플레이 통해 개봉
    "원작 훼손하지 않기 위해 드라마로 제작 결심"
    "6시간 분량에 80회차 촬영…감독판은 내 뜻대로"

    20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박찬욱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언론시사회에서 박찬욱 감독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박찬욱 감독이 첩보 스릴러물 드라마로 돌아왔다.

    영국 BBC one에서 방송된 6부작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은 존 르 카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해 거장과 거장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유럽 극좌파들이 활동하던 1979년, 무명 배우 찰리가 이스라엘 정보국 비밀 작전에 연루돼 스파이로 거듭나면서 벌어지는 첩보 스릴러물이다.

    '레이디 맥베스'의 플로렌스 퓨를 중심으로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마이클 섀넌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모여 촘촘하게 드라마를 이끌어 나간다. 박찬욱 감독의 본격젹인 첩보물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과연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영국 방송분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궁금증을 더한다.

    박찬욱 감독은 2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첩보 스릴러라고는 하지만 동시에 로맨스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다. 나를 매료시켰던 특징이 사라지지 않게, 첩보 스릴러의 자극적인 요소들에 압도돼 묻히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원작 각색 포인트를 밝혔다.

    원작과 달리 1980년대 초에서 1979년으로 시대가 변화한 이유도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존 르 카레 작가와의 상의 끝에 유럽에서 극좌파 테러 조직 활동이 활발하던 1979년을 선택했다.

    박찬욱 감독은 "팔레스타인 조직과 연계된 사건들이 유럽에서 많이 일어났던 시기가 1970년대다. 당시 유럽 극좌파 테러 조직들이 많이 활동했었다. 존 르 카레 선생이 취재를 많이 했던 때도 그 때이고, 이게 좀 더 사실에 가깝다는 생각에 시대를 옮겼다"고 이야기했다.

    박찬욱 감독이 기존에 해왔던 '영화'가 아닌 '드라마' 형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리틀 드러머 걸'을 충실하게 구현해내기 위해서는 2시간~2시간 30분 안에 모든 이야기를 마쳐야 하는 영화보다 드라마가 훨씬 잘 맞았다고.

    박찬욱 감독은 "나 역시 영화로 편집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영화 정도의 시간으로는 작품이 훼손될 것 같았다. '리틀 드러머 걸'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형식은 그냥 따라오게 된 것"이라며 "영화로 옮기려고 했다면 인물을 모두 쳐내거나 축소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드라마 여섯 개 에피소드도 많이 줄인 거다. 원작을 정말 원없이 담아내겠다고 하면 열 개 에피소드는 필요하다. 작품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박찬욱 감독의 말처럼 여타 첩보 스릴러물과는 다른 분위기로 흘러간다. 무명 배우인 찰리라는 여성이 이스라엘 정보국 요원들과 만나 성장하는 모습을 조심스럽게 쌓아 나간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찬욱 감독만의 절제된 미학과 풍자로 독특한 첩보 스릴러물이 탄생했다.

    (사진=왓챠플레이 제공)

     

    사건 위주의 공식을 벗어나 인물들 사이 촘촘한 관계망이 구축될 때, 작품의 미스터리와 긴장감이 형성된다. 중요한 연출 요소로 분위기를 만드는 음악은 물론이고, 축소와 확장을 반복하며 인물들을 담는 공간 구성도 흥미롭다.

    박찬욱 감독은 "인물 간의 역학관계가 흥미롭고 좋았다. 주인공인 찰리는 에피소드마다 중요한 대상을 만나면서 끝난다. 하나의 획을 긋는 이정표다. 다음으로 넘어간다는 것이 찰리라는 사람의 성장 드라마라고 했을 때, 그 과정에서 고비마다 마주치는 중요한 사람이나 어떤 계기를 짚어주는 역할을 하길 바랐다"고 이야기했다.

    적은 제작비와 주어진 시간 자체가 짧아 방송된 드라마는 다소 급하게 완성한 측면이 있다. 6시간, 영화로 치면 총 세 편에 해당하는 분량을 80회 촬영 안에 끝내야 했다. 주인공 직업이 스파이라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지만 실제 박 감독이 갈 수 있었던 나라는 영국, 그리스, 체코에 그쳤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에서는 박찬욱 감독 자신의 색을 더욱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박찬욱 감독은 "영미권에 비하면 촬영 횟수가 감독에게 많이 주어지는 작품이었던 것은 맞다. 촬영 횟수는 초과하지 않았지만 제작비 한계 때문에 힘겨운 시간이었다.애초에 자극적인 영화는 아니지만 방송국이 각자 폭력이나 노출, 욕설 등에 엄격한 기준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요소들도 억지로 들어내야 하는 아픔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감독판에서는 방송국과 제작사와 나 사이 의견 차이가 좀 있었다. 어느 영화에나 있는 일이다. 항상 원만하게 해결해서 행복하게 마무리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랬다. 편집을 오래 해야 조율도 가능한데 그 시간이 너무 짧아 정신없이 편집, 방송하기 바빴다. 좀 아쉽게 생각한 점이 있었는데 내 뜻대로 돌려 놓았다. 영화와 드라마는 만지면 만질수록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팔레스타인 내전이 이 작품에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소재다. 감독은 내전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인물들을 통해 천천히 풀어나간다.

    박찬욱 감독은 "이 드라마를 보면서 여러분도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관심이 생기는 기회를 가지길 바란다. 우리나라도 분단, 전쟁 위협 등 여러 가지 일을 겪고 있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아무도 관심이 없다면 얼마나 외롭겠느냐. 수십년 동안 계속된 폭력의 악순환 속에서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우리가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왓챠 플레이에서 1회부터 완결인 6회까지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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