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진단금으로 수천만원을 주거나 평생토록 생활비를 보장하는 등 치매보험 시장에서 과열경쟁을 벌이자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은 최근 보험사들에 '치매보험 상품 운영 시 유의사항 안내' 공문을 보냈다.
금감원은 공문에서 "경증치매의 보장 급부가 지나치게 높게 설계됐다"고 우려했다.
과거 치매보험은 전체 치매환자의 2.1%에 불과한 중증치매만 보장했지만, 최근 경증치매와 중증도치매(경증과 중증의 사이)까지 보장하는 상품이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의 치매보험이 대표적이다. KB손보 치매보험의 경우 경증치매 진단에만 2천만원을 지급한다. 중증도치매로 진행되면 3천만원을 더 준다. 최대 5천만원을 받게 돼 업계에서 '로또보험'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메리츠화재 치매보험도 경증치매 진단에 2천만원을 지급한다. 지난해 말 출시 초에는 판촉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3천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해 가입자들을 끌어모았다.
금감원은 경증치매 진단만 받으면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으니 이를 악용한 보험사기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타사 가입 현황을 보험 가입 한도에 포함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현재 암보험 등은 가입내역 조회시스템으로 타사 가입 여부를 조회하고, 보험금 한도를 초과하면 가입을 까다롭게 하고 있다. 중복계약과 보험사기를 예방하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치매보험은 이런 제약이 없어 중복 가입을 통한 보험사기 위험이 있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금감원은 "최근 치매보험 판매가 급증하고 보험설계도 비합리적으로 만들어 보험사기 유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보험사기 예방을 위해 계약심사 등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생명보험사 중에선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최근 중증치매 진단을 받으면 생활비(간병비) 명목으로 매월 100만원씩 종신 지급하는 치매보험을 내놨다.
이처럼 경증치매에 거액을 일시금으로 주거나, 중증치매에 일정금액을 종신 지급하는 상품구조는 보험사 입장에서 리스크가 커 일부 상품은 재보험 가입조차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와 현대해상 등 일부 손보사의 치매보험이 재보험 가입을 거절당했으며, 한화생명도 재보험 가입에 어려움을 겪자 상품구조를 재설계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치매 보험 판매가 크게 늘어 판매 실적도 확인하고 위험도도 측정하는 등 현황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