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진=자료사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을 두고 검찰과 경찰의 의견 대립이 치열한 모양새다. 21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양측의 진실 공방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 조직은 수사권 조정 국면에 자칫 '불똥'이 튈 수도 있어 사건 처리 과정에 의혹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두 기관이 벌이는 신경전의 핵심 논란은 무혐의 처리 배경에 있다.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진실 규명이 이뤄졌을 때 경찰이 '부실 수사' 책임을 안거나, 검찰이 '봐주기 수사'라는 멍에를 뒤집어쓸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2013년 3월 수사에 착수해 같은 해 7월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 등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강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때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피해 여성들의 진술과 성접대를 받은 사실을 인정한 참고인들의 진술, 별장에서 촬영된 동영상, 윤씨와 별장 출입자들의 친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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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성접대 동영상 4개(저화질본 1개·고화질본 3개)도 검찰에 함께 넘겼다고 한다.
특히 성폭행 혐의와 관련해서는 일부 여성들의 '의사에 반해 성적 접대가 이뤄졌다'는 취지의 공통 진술도 근거로 내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동영상만으로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범죄사실을 전혀 찾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동영상 속 장면에 성폭행으로 볼 수 있는 정황도 없고, 최소 언제 촬영된 것인지 범죄 일시 등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또 검찰은 피의자와 참고인 등 총 64명, 관련 여성만 30여명을 불러 조사했지만,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수사를 벌였지만, 혐의를 찾지 못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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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경찰 조사 과정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피해 여성이 "성폭행은 아닌 것 같다"며 입장을 바꾼 것도 고려했다고 한다.
수사 방해 의혹도 불거졌다.
당시 경찰 수사팀은 김 전 차관과 관련해 체포영장(2회), 통신사실조회(4회), 압수수색영장(2회), 출국금지(2회) 등 총 10회에 걸쳐 영장을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보강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기각됐지만, 김 전 차관을 봐주기 위한 사실상 수사 방해로 보는 분위기도 많았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 근거가 부족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의 진실공방이 이어지면서 김 전 차관 사건의 진실 규명은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이 풀어야 할 과제가 됐다.
진상조사단은 이날 오후에도 의혹에 중심에 있는 윤씨를 소환해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