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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봄 축제 PO 명승부 망치는 '난해한 판정'

    '누구의 파울이 먼저란 말인가' kt 김윤태(16번)가 24일 LG와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연장 종료 약 50초 전 공을 차지하자 상대 제임스 메이스, 김종규가 이를 막기 위해 다가서고 있다. 이를 심판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창원=KBL)

     

    남녀 프로농구의 축제인 플레이오프(PO), 이른바 '봄 농구'가 한창이다. 정규리그를 마치고 PO에 오른 팀들이 연일 명승부를 펼치며 막판 농구 열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남자 프로농구가 막 봄 농구의 초입인 6강 PO를 치르는 가운데 여자프로농구는 챔피언결정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봄 농구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요소가 있다. 바로 명승부에 '옥에 티'로 남고 있는 심판 판정이다. 물론 육안으로는 도저히 잡아낼 수 없는 찰나의 순간이 연속되는 농구 경기인지라 100%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두 팀의 명암이 엇갈리는 승부처에서 나오는 이해하기 어려운 판정이라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일단 6강 PO 1차전이 펼쳐진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다. 정규리그 3, 4위 팀이 하위 팀들을 누르고 첫 승을 신고했다. 특히 24일 창원 LG와 부산 kt의 1차전은 연장까지 흐른 치열한 승부였다. 4쿼터 종료 31.8초 전 5점 차 열세를 만회한 LG가 94 대 92 짜릿한 연장 역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숨가빴던 막판 난해한 판정들이 있었다. 연장 종료 50초 전 LG 김종규의 U파울이다. 백코트하다 상대 가드 김윤태의 얼굴을 친 장면이다. 얼굴을 손바닥으로 쳤다는 자체만 보면 U파울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김종규는 볼을 쳐내려다 김윤태가 공을 잡은 두 손을 내리는 바람에 손을 멈추지 못해 얼굴을 치게 된 것이다.

    U파울은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파울'(언스포츠맨십라이크 파울)을 뜻한다. 과격하거나 고의성 짙은 파울, 여기에 스틸과 관계 없이 상대 속공을 막으려는 파울도 포함된다. 김종규가 U파울을 범할 상황이 아니었다. LG는 겨우 3점 차로 앞서 있었다. 여기서 U파울을 하면 자유투 2개에 공격권까지 내주는 상황. 역전을 허용할 위험이 있는 U파울을 범할 이유가 없었다. 김종규도 백코트를 하면서 고의가 아니었음을 인정하는 뜻으로 손을 들었다.

    하지만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 결과 U파울을 선언했다. 이에 혈압이 오른 현주엽 LG 감독은 양복 상의를 벗었다. 물론 김윤태가 자유투 2개 중 1개만 넣고 이후 공격에서 볼을 뺏기면서 LG의 승리가 결정됐지만 하마터면 경기가 뒤집힐 수도 있었다.

    만약 심판이 파울을 불렀어야 했다면 김종규에 앞서 제임스 메이스의 파울을 선언했어야 했다. 메이스 역시 김윤태의 공을 뺏으려다 팔목을 쳤고, 발로도 막았다. 김종규의 U파울이 아닌 메이스의 일반 파울이 적용됐어야 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으로 느린 화면을 확인하고도 이런 판정이 나왔다.

    kt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이후 공격에서 나온 김윤태의 실책이다. 김윤태는 LG의 겹수비에 종료 33초 전 공을 뺏기는 과정에서 조성민, 메이스와 충돌이 있었다. 그러나 파울은 불리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는 메이스가 손으로 김윤태의 얼굴을 쳤고, 흐른 공이 김종규에게 갔다. 2점 차 열세였던 kt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이다. 파울이 난무하는 골밑에서 특히 몸싸움을 즐기는 메이스는 이날 파울이 단 1개도 불리지 않았다.

    '왜 네가 나와' 삼성생명 티아나 하킨스가 우리은해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4쿼터 승부처 때 나온 함께 4반칙 중인 박하나의 파울 때 자신의 파울로 짐작하고 벤치로 들어가면서 마우스피스를 집어던졌다가 U파울을 선언받는 모습.(사진=WKBL)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PO는 더 심각하다. 문제가 있는 심판이 가장 중요한 PO에 연속 배정을 받았고, 더 문제가 있는 판정들이 이어졌다.

    아산 우리은행-용인 삼성생명의 PO가 그랬다. 1차전에서 삼성생명은 김한별과 티아나 하킨스, 김보미 등 무려 3명이 5반칙으로 물러났다. 김한별은 양 팀 최다 28점을 쏟아붓던 상황. 우리은행은 모니크 빌링스만 5반칙이었고, 4쿼터 초중반 김한별, 하킨스를 잃은 삼성생명이 9점 차로 졌다.

    2차전은 더 황당했다. 삼성생명이 4점 차로 앞선 종료 3분35초 전 빌링스의 득점 때였다. 심판 휘슬이 불렸는데 삼성생명 박하나의 5반칙이었다. 그러나 하킨스가 자신에게 파울이 주어진 줄 알고 벤치가 가면서 마우스피스를 코트에 던졌다. 그게 U파울로 지적돼 하킨스도 결국 5반칙으로 물러났다.

    하도 파울이 많이 불리니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듯이 하킨스가 지레 자신의 파울로 짐작한 끝에 나온 해프닝이다. 얼마나 판정이 난해한지 알 만한 대목이다. 특히 PO 1, 2차전에는 정규리그에서 삼성생명 경기로 인한 심판설명회에서 징계를 받았던 문제의 심판이 배정됐다.

    더 큰 문제는 그렇다고 우리은행 측이 좋아하느냐,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모 선수는 문제의 심판 배정에 대해 "진짜 우리 경기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불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관성이 없는 판정으로 자신들도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지적한 다른 매체의 기사가 나온 뒤에도 혼란은 이어졌다. 청주 KB-삼성생명의 챔프전은 1, 2차전에서 모두 홈 팀의 승리로 끝났다. 1차전에서 삼성생명은 대패했지만 2차전에서는 전반을 오히려 앞섰지만 후반 힘을 쓰지 못했다. 2차전에서 두 팀의 자유투 차이는 무려 17개나 됐다. KB가 20개를 얻은 반면 삼성생명은 3개뿐이었다.

    물론 최장신 센터 박지수(198cm)를 보유한 KB가 골밑에서 맡은 파울을 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차이가 나도 너무 났다. 이런 자유투 편차는 종종 홈팀에게 유리한 경우가 많다. 프로농구 전주 KCC도 고양 오리온과 PO 1차전 자유투에서 상대보다 20개 많은 24개를 얻었다.

    KB도 난해한 판정을 겪었다. 2차전 리바운드 경합 과정에서 김한별이 강아정의 팔을 잡아 엉킨 장면. 팔을 잡힌 강아정의 파울이 선언됐고, 안덕수 KB 감독은 펄쩍 뛰며 특유의 레이저 광선을 심판진에게 쐈다. 김한별이 4반칙인 상황이었다. 안 감독은 그러나 경기 후 "판정에 대해서는 경기가 끝나면 얘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 감독의 말처럼 판정에 대한 얘기는 경기 후 나오면 안 되는 게 맞다. 오심이나 오심성 판정은 인간인 이상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정 하나에 극명하게 명암이 엇갈린다. 특히 승부처에서라면 더 그렇다. 그래서 승부의 분수령에서는 더욱 정확한 판정이 요구되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논란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연 명승부가 이어지는 축제의 봄 농구에서 더 이상 판정 논란이 발생하지 않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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