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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운, 1년 전부터 치밀한 범행 계획…"흉기·표백제 구입"

사건/사고

    김다운, 1년 전부터 치밀한 범행 계획…"흉기·표백제 구입"

    피해자 차량에 위치추적기도 부착
    부모 사망 위장 위해 일본 건너가 사진 보내기도
    심부름센터에 납치 문의…5천만원 주고 밀항 시도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 부모살해 피의자 김다운이 26일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에서 안양지청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5일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김씨의 신원 공개를 결정했다.(사진=박종민 기자)

     

    김다운(34)은 특별한 직업 없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중 일명 '청담동 주식부자'로 유명한 이희진 씨의 부모인 피해자들이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김다운은 지난해 3월 이 씨 부모의 전 주소지를 방문해 동영상을 촬영했다. 다음 달 25일에는 서울에서 구매한 위치추적기를 이용해 4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위치를 확인했다.

    또 이달 이 씨의 불법 주식거래와 투자 유치 등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인터넷 카페모임 관계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접근해 가족관계 등을 물어보기도 했다.

    지난해 5월부터 8월 사이에는 3차례에 걸쳐 이 씨 아버지가 귀가하는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촬영한 동영상들은 모두 휴대전화에 저장했다.

    김다운은 올해 2월 16일 구체적인 범행에 착수하게 된다. 인터넷 구인사이트에 올린 '경호원 모집' 광고를 보고 연락한 중국 동포 A(32) 씨 등 3명을 고용했다.

    이들은 이달 18일과 20일 부천과 서울에서 2차례에 걸쳐 만났다.

    범행 당일 새벽인 2월 25일 오전 2시 25분쯤. 김다운은 이 씨 부모가 사는 안양의 한 아파트에 주차된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하고 추적했다.

    김다운은 직접 흉기를 비롯해 범행 현장을 치우기 위한 표백제, 청테이프, 장갑도 구입했다.

    김다운은 이날 오후 3시 15분쯤 안양 명학역에서 공범 3명을 만나 "자신에게 사기 친 사람에게 돈을 받으러 가든데 옆에 서 있어 주면 된다"고 말한 뒤 목적지를 말하지 않은 채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이 씨 부모의 집으로 향했다.

    이날 오후 4시 4분쯤. 이들은 귀가하는 이 씨 부모를 뒤따라 들어가 경찰을 사칭하며 옷방과 서재로 각각 끌고 가 결박했다. 이 씨의 부모는 이후 목 졸라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공범들은 2시간 뒤쯤 범행 현장을 빠져나와 함께 거주했던 인천 간석동의 집으로 이동해 짐을 꾸렸다. 오후 8시 34분 중국 칭다오로 향하는 항권권 3매를 예약한 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도주했다. 공범들은 오후 11시 51분 중국으로 출국했다.

    김다운은 공범들이 떠나자 친구에게 "싸움이 났는데 중재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친구가 자신이 가기 어렵자 자신의 친구 2명을 현장에 보냈다.

    이 둘은 현장에 약 20여분간 머물면서 "당장 풀어주고 신고해라. 합의를 봐라'고 말한 뒤 떠났다. 이들은 당시 이 씨의 부모가 숨진 사실을 몰랐다.

    현장을 정리하던 김다운은 이 씨의 동생이 슈퍼카를 판매하고 받은 15억 원 가운데 5억 원도 발견했다.

    김다운은 다음 날 평택의 한 창고를 임대한 뒤 이삿짐센터를 불러 집주인 행세를 하며 냉장고를 옮겼다. 냉장고에는 이 씨 아버지의 시신이 준비한 테이프로 밀봉돼 있었다.

    이 씨 아버지의 차량은 대기리사를 불러 자신의 집 근처로 이동시킨 뒤 견인차를 이용해 다시 평택의 창고로 옮겼다.

    김다운은 이 씨의 어머니도 유기하려 했으나, 다시 현장으로 가서 옮길 자신이 없어 범행 현장에 있던 장롱 안에 감춰뒀다.

    김다운은 이 씨 어머니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이 씨의 동생에게 '아빠 친구 아들인 사업가를 만나 보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직접 만나기도 했다.

    당시 김다운은 부모의 사망에 대해 사과하려고 했지만, 미처 말을 꺼내지 못하고 사업 얘기만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김다운이 이 씨의 동생에게도 추가 범행을 하려 한 것으로 봤다. 다수의 심부름센터를 통해 납치 관련 문의를 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다운은 이 씨의 동생에게 어머니의 휴대전화 카카오톡으로 일본으로 여행을 간다고 메시지를 보내 부모가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했다.

    실제로 3월 8일 일본 삿포로로 직접 건너가 이 씨 어머니의 휴대전화 카톡으로 이 씨의 동생에게 사진을 찍어보내기도 했다.

    김다운은 심부름센터에 5천만 원을 주고 밀항도 시도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희진 씨의 동생은 3월 16일 오후 4시 22분쯤 "엄마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이 이 씨 부모의 집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자 이 씨의 어머니가 옷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의 아버지는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현장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던 중 남성 4명이 피해자들이 귀가하기 전에 계단을 통해 올라가는 장면을 확인하고 추적에 나섰다.

    김다운은 다음 날 오후 3시 17분쯤 신고접수 하루 만에 수원의 한 편의점에서 검거됐다. 이 씨 아버지의 시신에 대해서는 평택의 한 창고에 유기했다고 자백했다.

    하지만 김다운은 이 씨 부모에 대한 살인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공범들이 우발적인 상황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경찰은 26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한 김다운을 검찰에 송치했다. 중국으로 도주한 공범 3명에 대해 범죄인 인도 요청 등 국내 송환토록 하는 한편,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피해금 회수 등에 대해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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