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는 26일 북한이 미국에 제안했던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세계적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영변이 북핵 능력의 80%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전체 비핵화 과정에서 영변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선 전문가들마다 약간의 의견차이가 있지만, 영변을 폐기하면 되돌릴 수 없는 수준까지 진입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는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을 통해서 확인된 바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다만 "합의 이행 과정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확인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비핵화 해법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의 질문에 대해선 "큰 틀에서 미국도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면 제재완화 문제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기본 입장은 완전한 비핵화까지는 포괄적으로 합의하고 이행은 단계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반면에 북한은 영변에 대해선 포기할 의사를 밝혔지만 그 이후의 문제에 대해선 추가 협의 의제로 돌려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입장이 어느 쪽에 가깝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한국과 미국은 모두 완전한 비핵화까지 가능하면 신속하게 압축적으로 전개하자는 공통점이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하노이 회담에서 제재문제에 관련된 '스냅백'(snapback·제재를 완화한 뒤 위반행위가 있으면 복원하는 조치)을 논의했다는 자체는 매우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며 "앞으로 스냅백에 어떤 내용을 담느냐가 매우 중요한 협의 의제"라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비핵화 협상 중단'을 경고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스냅백'을 전제로 합의가 가능할 수 있다는 신축적 입장을 취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비핵화 해법에 대해선 자신이 통일연구원장 시절 제안했던 영변 핵시설에 대한 '협력적 위협감축(CTR)' 프로그램을 한미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력적 위협감축 프로그램은 1991년 소련 연방 해체 뒤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등에 적용했던 평화적 비핵화 프로세스를 지칭한다.
그는 "미국은 이들 나라에서 15년 이상 CTR을 진행한 바 있다"며 "미국의 경험을 한반도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 한미가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김 후보자는 금강산관광 중단의 원인이 남북 어디에 있느냐는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문에 "북에 있다"고 답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겠다'고 밝힌데 대해선 "재산권 문제에 대한 언급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강산관광 재개의 조건을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는 "북측의 사과와 국민이 안심하고 관광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