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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조성민 살린 현주엽의 '자극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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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규-조성민 살린 현주엽의 '자극 리더십'

    'kt가 너 버린데...' LG 현주엽(오른쪽) 감독은 해설위원 시절부터 갈고 닦은 특유의 입담으로 김종규 등 선수들을 적절히 자극하며 살리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사진=KBL)

     

    프로농구 창원 LG 현주엽 감독(44)은 사령탑을 맡기 전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특유의 입담과 예리한 분석, 깊이 있는 해설로 인기를 모았다. 휘문고와 고려대 시절부터 스타로 주목받고 프로농구에서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만큼 해설위원으로서 거침없는 비판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그런 현 감독은 지난 시즌 크게 쓴맛을 봤다. 기세좋게 LG 지휘봉을 잡아 지도자로서 첫 발을 뗐지만 10개 구단 중 9위로 시즌을 마쳤다. 17승37패 승률 3할1푼5리에 그쳤다. 프로 현역 시절 우승은 없었지만 '무관의 제왕'으로 불렸던 현 감독인 만큼 쓰라린 사령탑 데뷔 시즌이었다.

    하지만 감독 2년 차를 맞은 올 시즌 반등했다.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전반기 혼란을 딛고 후반기 반등에 성공,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014-2015시즌 이후 4시즌 만의 봄 농구를 맞은 LG다.

    부산 kt와 6강 플레이오프(PO)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정규리그에서 3승3패로 맞선 난적이지만 LG가 일단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1, 2차전에서 모두 이겼다. 1차전 극적인 연장 역전승에 이어 2차전도 4쿼터 막판 승부를 뒤집었다.

    토종 센터 김종규(207cm)의 활약이 돋보였다. 김종규는 1차전에서 24점 12리바운드로 승리를 이끌더니 26일 2차전에서는 양 팀 최다 29점에 12리바운드 4도움으로 역시 역전승을 견인했다.

    골밑에서 열세인 kt가 제임스 메이스(200cm)를 집중 견제하는 사이 쏙쏙 미들슛을 넣었다. 그러면서도 적극적으로 골밑을 파고들어 타점 높은 레이업과 덩크를 꽂았다. 6강 PO에 앞서 "내가 미쳐보겠다"고 한 다짐을 이뤘다.

    김종규의 활약의 배경에는 현 감독의 자극이 있었다. 해설위원 시절 이름을 날렸던 뼈 때리는 입담으로 선수에게 확실한 동기 부여를 했다.

    2차전 뒤 현 감독은 "PO에 앞서 김종규에게 'kt가 우리랑 경기를 하면 메이스만 맡고 너를 거의 버리다시피 한다'고 했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이어 현 감독이 "선수로서 정말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니냐"고 김종규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과연 김종규는 현 감독의 도발(?)에 달라졌다. 1차전에서 김종규는 14개의 야투 중 9개를 넣었고, 2차전에서는 14개 중 무려 12개를 성공시켰다. 특히 2차전에서는 골밑 외에 3점슛 라인 근처에서 던진 중거리슛이 6개 중 5개가 꽂혔다. kt의 메이스에 대한 골밑 수비가 무색해진 장면이었다.

    2차전 뒤 김종규는 인터뷰에서 "확률적으로 kt는 메이스를 1대1로는 못 막으니까 더블팀 수비를 한다"면서 "나를 버린다고 하는데 기회 많이 생긴다고 스스로 좋게 생각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워낙 자극을 많이 주시는데 지금은 나를 버리고 싶어 버린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버린 것"이라면서 "이제 상대가 나를 버리지 않도록 더 자신있게,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LG 슈터 조성민(오른쪽)은 올 시즌 전반기 극심한 침체를 겪었지만 현주엽 감독과 함께 후반기 반등하며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사진=KBL)

     

    슈터 조성민(189cm)도 현 감독의 으름장에 살아났다. 1차전에서 조성민은 36분19초를 뛰었지만 자유투로만 1점을 넣는 데 그쳤고, 1리바운드 2도움에 머물렀다. 3점슛 2개 등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다. 그런 조성민은 2차전에서 29분 가까이 뛰면서 3점슛 3개 포함, 13점을 넣었다. 4쿼터 결정적인 3점포로 역전승을 견인했다.

    2차전 뒤 조성민은 "사실 1차전 때 찬스가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워낙 동료들이 잘 해줬다"면서 "개인적으로 도움이 못 돼서 자책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2차전 때는 감독님께서 공격적으로 안 하면 바로 빼겠다고 하시더라"면서 "1쿼터에 공격하려고 했는데 금방 교체해서 마음 달리 먹었고 그게 좋게 작용한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조성민은 김종규가 "kt에서 나를 버린다"는 말을 듣더니 "왜 버리는지 모르겠다"면서 "나를 버렸으면 좋겠다"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현 감독은 기자회견에서도 이들을 칭찬하면서도 적절한 자극을 잊지 않았다. 현 감독은 "모두 열심해 해줬지만 그래도 종규가 특히 제몫을 해줬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조성민도 열심히 해준 건 맞는데 내가 기대하는 조성민은 더 해줘야 한다"고 채찍질을 했다. "경험도 많고 비중도 큰 선수"라면서 "노마크 기회가 오면 더 정확하게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 감독의 자극 리더십이 봄 농구에서 꽃을 피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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