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제5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한 참석자가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하며 의장을 맡은 우기홍 대표이사에게 항의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이사직 퇴출이 결정된 주주총회장은 조양호 회장 부실경영과 전횡, 갑질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할 정도로 주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가 개최된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사옥은 조양호 지지파와 반대파간의 첨예한 세대결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끊임없이 지속된 조씨일가의 전횡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가감없는 비판이 가해지면서 이를 제지하는 조양호 회장 지지파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고 회의진행이 간헐적으로 중단되는 등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 첫 안건으로 제무제표 승인건이 상정되자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참석한 채이배 의원은 조회장에 대한 작심비판을 쏟아냈다.
소액주주의 대리인으로 참석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땅콩회항부터 지금까지 조양호 회장 일가에 전횡, 황제 경영으로 한진과 대한항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운을 뗀 뒤 "대한항공의 평판이 추락하고 경영실적이 곤두박질 쳤다"고 비판했다.
채 의원이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양호회장을 출석시켜서 부실계열사인 한진해운 부당 지원과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행위, 조회장의 50억 고액연봉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며 비판을 이어가자 조 회장 지지자들이 반발하고 나서 고성이 오갔다.
그는 특히 "조양호 회장이 문제점 시정을 약속해 놓고도 이보다 더한 문제 즉 배임 횡령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기소됐다"며 한진해운 거액지원 등에 대한 이사회의 조치를 따졌다.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우기홍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주주 김모씨는 조씨일가가 기내면세품 납품과정에서 수수료를 챙기고 196억원의 손해를 입힌 사건에 대한 이사회의 관리감독 여부를 추궁하고 나섰다.
김씨는 "감사보고서에는 기내면세품 납품 부분이 빠졌다"고 지적, 이사회의 진상규명과 조양호 회장의 270억원 배임횡령 손해에 대한 조치결과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3번째 안건인 조양호 이사 선임안이 부결되자 일부 주주들은 "위임받아온 주권은 집계되지도 않았는데 부결을 선포하는 건 의사진행원칙 위반"이라며 찬반 재집계를 요구했지만, 이사회 의장은 "사전에 위임장과 대주주들의 주식수를 파악했고 다른 주주들이 몇십만주 몇백만주 가져와도 결과에 크게 변동이 없어 결과를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소액주주 구 모씨는 "저는 여기와서 투표하고 어떤 권리를 행사하는 줄 알았는데 투표도 안하고 미리 했다고 (주장)하고.. 다 찬성했건 안했건 소액주주 권리를 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백 모 주주는 이사보수 50억원안에 대해 57기 당기순손실 1865억원, 부채비율 700% 등의 경영실태를 언급하면서 "이사보수를 전년처럼 동결하는건 온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날 주주총회에는 전체 주주 7만 1751명, 주식수 9484만 4611주 가운데, 의결권있는 주식 7004만주(73.84%)가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