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도로 성장한 세계태권도연맹(WT)과 북한을 주축으로 발전한 국제태권도연맹(ITF)의 태권도 시범단이 지난해 11월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합동 시범 무대를 펼치고 있다.(평양=연합뉴스)
남북태권도가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25주년을 기념하고자 내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서 합동 무대를 꾸민다.
세계태권도연맹(WT)은 27일 "국제태권도연맹(ITF) 태권도 시범단, IOC와 함께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확정된 지 올해로 25주년이 되는 것을 기념해 4월 11일(이하 현지시간) 로잔의 올림픽 박물관에서 합동 시범공연을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WT는 우리나라, ITF는 북한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태권도 종목의 국제경기단체다.
우리 민족 고유의 무도인 태권도는 1994년 9월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03차 IOC 총회에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올림픽 스포츠로서의 역사적인 첫 발걸음을 뗐다.
이번 합동공연은 조정원 WT 총재가 ITF의 초청으로 WT 시범단과 함께 지난해 10월 말 4박 5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해 두 차례 시범공연을 했을 때 리용선 ITF 총재에게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WT와 ITF가 태권도 통합 및 발전을 위한 이른바 '평양합의서'를 체결하는 자리에서 조 총재는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25주년이 되는 2019년에 합동으로 기념공연을 하자고 리 총재에게 제안했고, 리 총재가 이를 선뜻 받아들였다.
이후 지난해 12월 WT 태권도 그랜드슬램 챔피언스 시리즈가 열린 중국 우시에서 WT와 ITF 간에 평양합의서 이행을 위한 첫 번째 실무회담 테이블이 차려졌을 때 조 총재가 재차 합동공연을 제안했고 리 총재도 다시 수락했다.
이에 앞서 조 총재는 지난해 11월 중순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ANOC) 총회가 열린 일본 도쿄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만나 두 태권도 국제기구의 공동시범 취지를 설명하고 행사 일정 등을 조율했다.
WT와 ITF 시범단은 지난해 10월 말∼11월 초 평양 공연 이후 5개월여 만에 다시 만난다. WT와 ITF 간 지속적인 협력의 토대가 될 합동 순회공연도 막을 올린다.
다음 달 11일 로잔에서 공연하기 엿새 전인 5일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WT-ITF 시범단의 유럽 순회 첫 공연을 펼친다.
빈에는 ITF 본부가 있다. WT는 "빈 공연은 리 총재의 제안으로 이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WT-ITF 시범단은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린 지난해 2월 WT 본부가 있는 서울에서 두 차례 합동공연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빈에서는 처음으로 함께 무대에 오른다.
또한, 오는 4월 12일에는 스위스 제네바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엔 제네바 본부에서 한 차례 더 WT-ITF 합동공연을 한다.
WT 시범단은 2016년 5월 유엔 제네바 본부에서 유엔 직원을 비롯한 국제스포츠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려한 태권도 시범과 특강을 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ITF와 함께 희망과 화합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