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접대 및 성폭행 의혹 사건으로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김학의(62)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을 조사하는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이 출처가 묘연한 '익명의 투서'를 언론에 공개해 논란을 자처하고 있다.
조사단 공보를 맡은 김영희(54) 변호사는 지난 26일 "조사단은 오늘 별첨과 같은 편지를 받았습니다. 보도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며 A씨가 보낸 투서를 언론에 공개했다.
A씨는 '투서'에서 김 전 차관이 춘천지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검사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김 전 차관에게 소개해준 사람으로 B변호사를 지목했다.
A씨는 "B씨가 문제가 된 별장에서의 음주에도 동석했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자주 그곳을 드나들면서 당시 부장검사나 서울에서 온 지인들을 데리고 다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조사단 측은 B변호사가 누구인지, 제기한 의혹들이 어느 정도 입증된 상황인지, 편지를 쓴 사람이 실제 검사인지 등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투서에 발신자는 '춘천지방검찰청 박정의'라고 적혀있지만, 조사단측은 해당 발신자가 실명이 아니라고만 밝혔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는 조사단이 B변호사를 소환하기 위해 언론을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익명의 자료를 밝힌 것부터가 이상하다. 편지 발신지도 투서에 표시된 지역(춘천지방검찰청)과 달리 서울 서초동인 것 같다."라며 투서 공개의 순수성에 의구심을 표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 역시 "조사팀이 조사 중인 사안을 공개해도 되나. 이게 조사 자료라고 한다면 피의사실공표에 해당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조사단이 수사 동력을 이어가기 위함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조사단 김영희 변호사는 지난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뉴스쇼'에 출연해서는 "(김학의 동영상에서) 얼굴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는 건 조사 결과와 관련된 내용이라 제가 말씀을 드릴 수가 없고요."라며 말을 아꼈다.
하루 뒤인 19일에는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에 출연해 "저희는 규정상 조사과정에서 직무상 알게 된 내용은 말할 수 없게 돼 있고 그런 한계가 있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며 피의사실공표에 보다 엄격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조사 과정과 결과에서 나온 사실도 알리기 꺼렸던 조사단이, 익명의 제보자가 제기한 의혹 수준의 투서를 언론에 공개하자 그 배경을 의심받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한편, 조사단은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56)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조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박근혜정부 청와대는 2013년 경찰이 김 전 차관의 별장 성범죄 의혹 등 관련 첩보를 청와대에 보고했음에도 김 전 차관 임명을 강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사단은 동시에 정부 고위간부와 유력 정치인, 기업 대표 등이 부당한 청탁과 함께 성상납 등 향응을 수수했는지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또 전·현직 군 장성들이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별장을 드나들었다는 국군 기무사령부의 첩보문건에 대한 확인 작업에도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