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세터 이승원(왼쪽)과 조송화.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동갑내기 세터 조송화(흥국생명)와 이승원(현대캐피탈)이 봄 배구의 최종 승자로 올라섰다. 시즌 내내 불안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자책보다는 마음을 더 독하게 먹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란히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두 선수 모두 우승까지 오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승원은 노재욱이 전광인의 보상 선수로 팀을 떠나면서 백업 딱지를 떼고 주전 세터로 낙점받았다. 그러나 잦은 부상에 발목 잡혔다. 재활 끝에 팀에 돌아와도 경기 운영에 대한 문제점이 적잖이 지적됐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제 몫을 해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에서 안정적인 볼 배급과 경기 운영으로 팀의 공격력을 극대화했다. 정규리그에서 노출한 불안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챔피언 결정전 MVP는 전광인이 차지했지만 최태웅 감독은 마음속 MVP를 이승원으로 꼽았다. 힘든 시기를 견뎌온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인터뷰 중 이승원의 이름을 듣고 눈물을 왈칵 쏟아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승원의 친구 조송화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다른 점은 소속팀의 주전 세터로 활약한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이다.
올 시즌 흥국생명이 좋은 행보를 보여줄 때도 조송화는 지적의 소리를 더 많이 들었다. 김다솔에게 자리는 내주는 시간도 적잖았다. 잘하고 싶은 의욕은 넘치지만 생각처럼 풀리지 않아 더 속상했다.
그래도 조송화와 이승원의 마무리는 화려했다. 소속팀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에 힘을 보태며 '우승 세터' 타이틀을 획득했다.
조송화는 먼저 우승을 확정한 이승원을 보며 힘을 냈고 자신도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물을 얻어냈다.
조송화는 "솔직히 힘들었었다. (이)승원이의 마음이 이해됐다"며 "승원이는 어렸을 때부터 잘하던 친구다. 참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부담감을 내려놓은 것이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조송화는 "부담 없이 하자고 마음먹었던 것이 잘됐던 것 같다"며 "경기 초반에 흔들려서 나 때문에 질까 봐 불안하기도 했다. 다행히 이겨서 정말 기쁘다"고 전했다.
힘든 시기를 견뎌낸 조송화와 이승원. 동갑내기 친구는 나란히 우승 세터로 화려하게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