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지 한 달만에 북한과 미국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4월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리고, 북러 정상회담도 4월에 열릴 것으로 예상돼 두 정상회담이 '포스트 하노이' 북미대화 재개 여부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북미 정상회담 전 한미, 북중 정상회담…이번엔 북러?
(사진=연합뉴스)
북미가 지난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하기 전 각각 중국, 한국과 정상회담 등을 통해 공조체제를 다진 것과 같은 패턴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고, 5월에는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꼬여가는 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었다.
또 지난 달 하노이 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1월에 4차 방중에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직접 만나진 않았지만 전화통화를 갖고 실무협상 상황을 공유한 바 있다.
다만 지난 두차례 북미정상회담의 경우 비핵화 협상을 향한 대화국면이 상승기조를 타고 있었던 데 반해, 이 번에는 양측의 입장이 명확히 확인된 이후의 교착국면이라 북미간 대화재개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트럼프, 북미대화 '톱다운' 의지 밝히나?
(사진=연합뉴스)
특히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은 '선(先) 완전한 비핵화 후(後) 제재완화'라는 대북 강경기조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톱다운' 형식으로 대화재개 의지를 밝힐 지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이 잇따라 대북 강경기조를 밝히는 가운데서도 '대북 추가제재 철회 지시'를 하는 등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대북 유화제스처를 유지하고 있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대화재개를 적극 모색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 번 한미정상회담에선 포스트 하노이 이후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공조 이상 기류설(說)을 잠재울 수 있을지도 중요 포인트다.
비핵화 해법과 제재완화 등에서 한미가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왔기 때문이다.
비핵화 해법에서 미국은 일괄타결식 '빅딜'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 입장을 보이고 있고,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를 비핵화 견인의 주요 수단으로 보는 데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 백악관이 한미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발표하면서 한미동맹에 대해 오랫동안 써오지 않던 '린치핀 (linchpin·핵심축)'으로 표현한 것도 공조체제를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해법과 대북 제재완화 문제에 대해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북미대화 '촉진자'로서의 문재인 대통령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 북러 정상회담 4월 개최설, 11일 최고인민회의 '결심' 가능성도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아직 공표되지 않았다. 그의 최측근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25일(현지시간)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다음달 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으로 푸틴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전 블라디보스트크 등에서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인 5월 9일 전후가 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게 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4차례 정상회담을 가진 만큼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북중러 전선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김정은 위원장이 4월 11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결심'을 밝힐 가능성도 여전하다. 한미정상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이어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예고한 대로 김 위원장이 실제 '결심'을 밝힐 경우 한미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결심' 여부,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북러 정상회담 결과 등에 따라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미대화 재개 여부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