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 27일 오후 4시 31분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롯데몰 신축 공사장 4층.
용접 작업을 하던 4층에서 발생한 불이 주변 자재로 옮겨붙으면서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당시 현장에는 오는 6월 완공을 목표로 60개 업체 1천113명이 작업 중이었다.
신고를 접수한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곧바로 현장에서 2.5km 떨어진 용인수지119안전센터에 출동 지령을 내리고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신고 6분 만에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당국은 대형 피해가 우려되자 3분 뒤 현장에서 13.2km 떨어진 용인소방서의 전 직원을 비상 소집하고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오산과 화성, 수원 등 인접 지역의 소방서들까지 출동 명령이 내려졌다.
대응 2단계는 인접한 5∼6곳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이다. 화재 규모에 따라 대응 3단계까지 확대된다. 대응 단계는 인접 지역의 소방관들까지 출동하면 공백이 우려될 수 있어 신중하고 과감한 결정이 뒤따른다.
5분 뒤 헬기 마라 1호기의 출동 지령도 떨어졌다. 4분 뒤에는 현장응급의료소가 설치됐다. 용인소방서장은 6분 뒤 직접 현장 지휘에 나섰다.
인접 지역의 소방관들은 대응 2단계 발령에 따라 현장에 속속 도착했다. 구급차 17대, 펌프차 8대, 헬기 4대 등 장비 92대와 인력 374명이 동원됐다.
용인시는 오후 4시 53분 주민들에게 "공사장 화재 발생으로 연기 발생, 인근 주민 피해 없도록 대피 바란다"며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검은 연기가 일대 아파트단지를 뒤덮자 이에 놀란 시민들의 119 신고도 67건이나 접수됐다.
오후 5시 A(65, 중국 동포) 씨가 구조돼 아주대병원으로 옮겨졌다. A 씨는 엘리베이터를 탄 채 지상으로 추락해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엘리베이터 설비 관련 작업 도중 연기를 마셔 의식을 잃은 뒤 화재로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면서 다친 것이다.
연기를 피해 5층과 7층 옥상에 있던 작업자 등 62명이 모두 구조됐다. 연기를 흡입한 경상자 12명 중 11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오후 5시 30분 본부지휘 버스가 현장에 도착해 본부장이 직접 지휘했다. 초진은 7분 뒤 완료됐다. 이에 따라 대응 2단계도 한 단계 하향됐다.
소방당국은 오후 5시 58분 신고 1시간 27분 만에 화재를 모두 진화하고 대응 1단계도 해제했다.
중상을 입은 A 씨는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불이 난 건물은 지하 7층, 지상 22층, 연면적 19만 9천700㎡인 주상복합상가다. 이날 화재로 부동산 7억 8천400여만 원, 동산 1억 2천900여만 원 등 총 9억 1천300여만 원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화재 초기 대형 피해가 우려됐는데 지휘센터의 신속한 대응 단계 발령과 현장 대원들의 혼신의 힘으로 정말 기적 같은 진압을 한 것 같다"며 "건물 면적과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정도의 결과가 나올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다음 날 화재 현장에 대한 합동 감식을 벌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화재는 용접작업 중 튄 불티가 원인인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통풍이나 환기가 충분하지 않고 가연물이 있는 건축물 내부에서 용접·용단 등 불꽃 작업을 할 경우 소화 기구 비치, 용접 불티 비산방지덮개나 용접 방화포를 비롯한 불꽃 작업으로 인해 불티가 튀는 것을 막는 조치 등을 하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연성 물질이 있는 실내에서 불꽃 작업 중 발생한 화재는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7년 4명이 숨진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 2014년 8명의 목숨을 앗아 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2008년 8명이 목숨을 잃은 이천 서이천물류센터 화재 등이다.
경찰은 롯데몰 공사 현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 준수 여부를 수사하는 한편, 소방당국과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