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협상의 요구사항을 담은 문서를 건넸다. 문서는 영어와 한글로 된 2개였다.
이 문서가 김 위원장에게 건네지고 난 뒤 정상회담은 결렬됐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각각 숙소로 돌아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문서를 건넸다는 사실은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이달초 언론을 통해 밝혔지만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 내용 일부가 처음 밝혀졌다. 그동안 영변 핵폐기 + 알파, 또는 핵무기· 핵물질은 물론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 폐기로 알려졌던 내용보다 훨씬 강경한 요구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건넨 문서에는 북한의 핵무기와 핵폭탄 연료를 미국에 넘기라는 요구가 담겨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자신들이 열람한 영어 버전 문건은 북한 핵무기와 핵폭탄 연료를 미국으로 넘길 것과 모든 핵시설, 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을 해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건은 "북한 핵시설과 화학·생물전 프로그램, 관련된 이중 용도 능력, 즉 탄도미사일, 발사대, 관련 시설의 완전한 해체"(fully dismantling North Korea's nuclear infrastructure, chemical and biological warfare program and related dual-use capabilities; and ballistic missiles, launchers, and associated facilities)를 요구한 것으로 돼 있다.
로이터는 또 북한 핵무기를 미국으로 넘기라는 요구 외에도 4가지 핵심 사항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즉 ▲핵 프로그램에 대한 포괄적 신고 및 미국과 국제 사찰단에 대한 완전한 접근 허용 ▲모든 관련 활동 및 새 시설물 건축 중단 ▲모든 핵 인프라 제거 ▲모든 핵 프로그램 과학자 및 기술자들의 상업적 활동으로의 전환( to provide a comprehensive declaration of its nuclear program and full access to U.S. and international inspectors; to halt all related activities and construction of any new facilities; to eliminate all nuclear infrastructure; and to transition all nuclear program scientists and technicians to commercial activities)등이다.
북한의 핵무기를 모두 미국에 넘기라는 요구는 존 볼턴 보좌관이 작년 4월말 취임 이후 줄곧 주장해온 이른바 '리비아 모델'이다. 볼턴은 북한 핵무기를 미국으로 넘기라는 요구를 2004년 처음 제기했었다
로이터통신은 "이 문서는 볼턴 보좌관이 오랫동안 신봉해오고 북한이 계속 거부해온 비핵화의 '리비아 모델'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 위원장은 아마 모욕적이고 도발적이라고 여겼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작년 5월 "북한 비핵화의 이행은 모든 핵무기를 폐기해서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가져가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오크리지는 리비아 핵무기 관련 장비가 보관된 장소로 북한 핵무기를 오크리지로 옮겨 그곳에서 해체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북한이 강력 반발하면서 1차 정상회담이 무산될 위기까지 치달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이같은 요구를 했다는 것은, 미국이 구상하는 북핵 해법이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이전으로 되돌아갔거나 훨씬 더 강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볼턴의 리비아 모델 발언에 북한이 강경 반발하자 리비아모델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제니 타운 연구원이 "미국이 정말로 협상에 진지했다면 이건 취할수 있는 접근법이 아니라는 걸 진작에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