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대학가에 나붙은 '김정은 서신' 대자보. (사진=연합뉴스)
전국 대학가에 '김정은 서신'을 표방하면서 현 정부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으면서 작성단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경기, 강원, 충남, 전남, 경북 등 전국 28개 대학과 고등학교 1곳 등 총 29개 학교에서 이같은 내용의 대자보가 발견됐다.
전날 오전 6시쯤 인천 경인여자대학교에는 정문에 해당 대자보가 붙어 있는 것을 학교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가로 59㎝·세로 83.5㎝ 크기의 종이 2장으로 이뤄진 이 대자보는 각각 '남조선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과 '남조선 체제를 전복하자'라는 제목이 달려 있고, 작성자는 '전대협'이라고 밝히고 있다.
보수 우익 성향을 보이는 이 단체는 지난해 말에도 '○○왕 문재인' 시리즈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풍자를 통해 현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 20대 남성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해 말 결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987년 결성된 대학생 단체 '전대협'과는 정치적 지향이 정반대로 단체 이름부터 좌파적 성향의 '전대협'에 대한 풍자와 냉소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전대협은 지난달 28일부터 전국 450여 개 대학에 대자보를 붙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대자보 주요 내용을 보면 "남조선 인민의 어버이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기적의 소득주도성장정책으로 더러운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추악한 이윤추구행위를 박살내어 사농공상의 법도를 세우셨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꼬았다.
이어 "최저임금을 높여 고된 노동에 신음하는 청년들을 영원히 쉬게 해주시었고, 적폐일베자한당 무리가 미세먼지를 핑계로 대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때도 차량통제와 각종 규제를 통해 남조선의 먼지가 서풍을 거슬러 대국에 피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막아 대국의 환심을 사고 중한관계를 바로잡으시어 중화의 질서를 회복하시었고" 등의 현 정부를 풍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 "남조선 학생들은 경건한 자세로 (김정은의) 칙서를 받들라"며 ▲메시지를 비판할 수 없다면 메신저를 비판하라. 우리의 혁명을 비판하는 자가 있다면 무조건 자유한국당 알바, 일베충으로 매도하라 ▲아름다운 용어를 사용하고 상대를 무조건 막말, 적폐, 친일, 보수꼴통, 전쟁광으로 몰아라 ▲20대 남성들을 모조리 탄압하고 그들의 모든 권리를 빼앗아라는 등의 '3대 전술 강령'까지 제시하고 있다.
전대협은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파탄으로) 북조선 군대가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든 이 땅에 침투하여 국가 중요시설을 장악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이라며 "이제 적폐무리들이 제아무리 개나발을 불고 깨춤을 춰도 남조선의 혁명의 시계를 조금도 늦출 수 없게 되었다"고도 덧붙였다.
대자보 말미에는 이달 6일 서울 혜화역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촛불집회를 연다며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대자보는 전날 오후 7시쯤 부산시 남구 부경대학교 학내 게시판과 오후 11시 15분쯤 사상구 신라대학교에서도 발견됐다.
전남에서도 같은 날 오전 8시 48분쯤 목포 3개 대학 인근과 순천 2곳, 광양 1곳, 영암 1곳 등 총 7개 대학 8곳에서 같은 내용의 대자보가 부착된 것을 시민 등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대자보를 회수하고 CCTV 영상을 분석해 부착한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대자보가 전국적으로 발견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를 주 수사관서로 지정해 집중 내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