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재수사 중인 검찰이 김철(59)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 대표를 최근 소환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SK케미칼 일부 사업부서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하며 수사 고삐를 바짝 당기는 모양새다.
1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재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지난달 25일 김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지난 2014년 3월부터 SK케미칼 대표를 맡고 있는 김 대표는 시민단체 가습기참사 전국네트워크(위원장 김기태)가 지난해 11월 업무상 과실·중과실 치사상 등 혐의로 고발한 14명 중 한 명이다.
김 대표는 2016년 8월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습기 살균제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될지 몰랐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김 대표의 이런 답변은 2016년 검찰 수사 당시 SK케미칼 방어 전력과도 일맥상통한다.
SK케미칼은 수사 당시 옥시에 납품한 화학물질인 'PHMG' 원료 공급과 관련해 검찰 조사 대상에 올랐지만, 기소를 피했다.
'PHMG를 옥시 등의 제조사가 아닌 중간도매상에게 판매했기 때문에 그 물질이 가습기 살균제 용도로 쓰이는 줄도 전혀 몰랐다'고 내놓은 주장이 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재수사 과정에서 '사용처를 몰랐다'는 취지의 SK케미칼 주장이 거짓이라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케미칼과 옥시 측이 가습기 살균제 용도로 쓰이는 사정을 알고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담긴 이메일을 주고받은 단서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관련 내용이 드러난 이메일 등을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시도가 이뤄졌다는 점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PHMG 용도와 관련해 검찰은 김 대표를 소환 조사한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경기 성남시 SK케미칼 본사를 찾아 특허 업무 부서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SK케미칼이 옥시에 납품한 PHMG의 사용처를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단서를 확인하고 추가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원료 물질인 PHMG와 CMIT·MIT 등과 관련해 다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SK케미칼을 상대로 이들 물질의 유해성 여부를 알았거나 사용처 확인이 가능한 자료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유해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 안용찬(60) 전 대표 등 애경산업 전직 임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달 30일 기각됐다.
당시 법원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사용된 원료물질의 특성과 그 동안의 유해성 평가결과, 같은 원료물질을 사용한 타 업체의 종전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출시 및 유통현황, 피의자 회사(애경산업)와 원료물질 공급업체(SK케미칼)와의 관계 및 관련 계약 내용 등에 비춰 제품 출시와 관련한 피의자의 주의의무 위반여부 및 그 정도나 결과 발생에 대한 책임의 범위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련 업체에 대한 수사를 포함한 현재까지의 전체적인 수사 진행상황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사유 내지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애경이 '가습기 메이트' 사용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SK케미칼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민사상 제조물 책임 계약을 맺은 것만으로 형사 책임까지 벗어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자체 연구소까지 보유한 애경 측이 제품 원료를 몰랐다거나 안전성 검사마저 묵인한 것이라면 이에 맞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