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눈물 흘리는 청년대표1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간담회에서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가 발언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시민단체와 가진 간담회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 펼쳐졌다. 시민사회단체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의 엄창환 대표가 청년문제에 대해 발언하던 중 눈물을 흘리며 울먹인 것이다.
이 간담회 이후 수많은 언론 보도가 쏟아졌고, 그 중 많은 보도는 '정권이 바뀌었지만 그대로', '정부는 청년 문제를 단편적으로 다룬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다뤘다.
그러나 엄 대표는 "청년에 대한 단편적 인식은 정부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라고 말한다. "청와대에서 준비한 간담회인 만큼 청와대에서 발언했지만, 명확하게는 우리 사회의 문제임을 인식해야"한다는 것이다.
엄 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말 당황스러웠다. 이런 적(눈물)이 한번도 없었다"며 "핵심은 답답하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엄 대표는 '청년기본법' 제정을 위해 전국 각지의 청년 약 1만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전달한 바 있다. 고용 뿐 아니라 주거.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청년 정책을 도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도록 한 이 이 법은 19대 때부터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엄 대표는 "청년이 놓인 사회적 상황은 계속해서 변하는데 기존과 동일한 방식으로 청년들을 진단하는 사회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여전히 '청년문제'는 '일자리 문제'라는 단편적 인식이 팽배하고, 때문에 대부분의 청년 정책은 '실업 해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청년들의 삶은 더 이상 정규직이나 평생직장이라는 구조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런 진단은 10여년간 한결같죠. 비정규직 문제가 터질 때면 청년 문제는 비정규직 문제라고 했다가, 젠더 이슈가 터지면 젠더갈등이 청년문제라고 했다가. 그렇게 정치적, 경제적으로 끊임없이 소비되는데 정작 그 누구도 청년문제를 진지하고 입체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청년'은 상황에 따라 '사회적 약자'가 되기도 하고, '혁신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누구나 청년 문제는 중요하다고 인지하고,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청년의 미래에 있다고 말하지만, 10여년간 청년 문제를 진단하는 사람도,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도 기성세대라는 점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엄 대표 역시 "변한게 없다고 발언한 부분은, 이전과 같이 이 정부도 일자리 중심으로 청년 문제를 해석하고 있다는 말"이라며 "이 정부에게만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이고 청년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지점에서 엄 대표는 자신의 발언마저 정치적 진영논리로 소비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제가 말한 그 상황이 정확히 언론 보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더라"며 "이슈가 되고 가져다 쓰기 좋은 발언은 가져다 쓰는 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본래 하고자 한 얘기는 '청년 문제를 일자리 중심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문제'라는 말이었는데, 일부 기사에서는 자신이 '청년 실업이 문제'라고 발언한 것처럼 비춰지게끔 보도했다는 거다. 엄 대표는 "인터뷰를 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바로 그런 점들 때문에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엄 대표는 또 "현정부에서 청년문제에 대한 소통창구가 사라진 등 일부 후퇴한 점도 있고, 건강검진 청년층 확대 등 발전한 점도 있다"며 "정부가 청년문제를 진지하게 보고, 기존 진단과 해법으로 문제가 잘 안 풀렸다면 새로운 진단과 새로운 선택지가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고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