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오는 11일 (이하 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북한과 '톱다운' 형식의 비핵화 협상 돌파구를 찾기 위한 한미 양국의 외교적 노력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해법에 대한 양국 공조 틀을 재확인하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나오게 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이에 따라 9일 앞으로 다가온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북한을 견인하기 위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가 북미대화 재개 여부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이 몇 달 안에 다시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을 향해 잇따라 유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달 22일 '추가제재 철회' 지시를 내린데 이어, 29일에는 "북한 주민들이 굉장히 고통받고 있다"며 추가 대북제재는 필요하지 않다'고 거듭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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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에서는 대북 강경 메시지도 함께 발신되고 있어 북한이 대화에 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빅딜 문서'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북한의 입지가 더 좁아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달 29일 로이터통신의 보도로 알려진 빅딜 문서는 북한 핵무기와 핵물질의 미국 이전과 함께 모든 핵시설 및 탄도미사일은 물론 화학·생물전 프로그램까지 모두 해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북한이 패전국에 대한 항복요구라며 강력히 반발해온 사실상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로, 미국은 이를 통해 핵시계를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전 수준으로 '리셋'한 모양새다.
영변 핵 시설 폐기를 '양국 사이의 현 신뢰 수준을 놓고 볼 때 현 단계에 우리가 내 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리용호 외무상 3월 1일)'라는 북한의 판단과 크게 동떨어진 요구다.
이에 따라 11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리비아 모델'인 빅딜 문서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고수할 지, 아니면 북한이 수용가능한 현실적인 비핵화 목표와 방법을 제시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29일의 한미외교장관 회담 결과에 대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조율된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그러나 강경화 장관은 앞서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간에 대북 정책과 관련해 지향점이 완전히 일치한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면서도 FFVD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북미가 상호불신으로 인해 거부하고 있는 미국의 '일괄 타결- 일괄 이행', 북한의 '단계적 타결-단계적 이행' 해법에 대해 '포괄적 해법-단계적 이행'이라는 중재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3차례의 '스몰딜'로 조기수확을 거둔 뒤 최종 목표인 완전한 비핵화에 이른다는 개념이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달 30일 펴낸 '한반도비핵화리포트' 에서 "고위급회담에서 비핵화의 대상과 범위를 확정해 포괄적 합의를 이루고, 3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일괄타결을 이룬 뒤 단계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면 이를 토대로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해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