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증언에 따라 학생 인권 무시와 방과 후 수업 강요 등 각종 비리가 드러난 경북예고.
경북예고에 이런 문제가 만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학교인지 학원인지 구분이 안 갈정도로 변해버린 교직원 현황에 있다.
이 때문에 내신 평가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고 일부 학생들에게만 특혜가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술부의 얘기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지난해 기준, 경북예고에서 정규 수업으로 편성된 미술 실기를 맡은 교사와 강사는 전공당 1~4명.
이 중 정규 교사와 기간제 교사 등 교원 자격이 있는 이들을 제외한 강사들 대부분은 대형 미술학원에 재직하면서 동시에 학교 정규 수업도 맡았다.
문제는 현직 사교육 종사자가 정규 수업까지 맡으면서 결국 학원 강사가 학생들 내신 성적까지 평가하는 꼴이 됐다는 점이다.
특히 미술 실기 과목의 경우 주관적인 평가를 배제하기는 어려워 사교육 종사자가 채점하면 자칫 부정 의혹을 낳을 수 있다.
학교 학생들 중 자신의 학원에 다니는 학생에게는 더 후한 점수를 주는 일이 가능해진다는 거다.
학교 측은 최대 4명의 교·강사가 함께 평가하고 학생 대표가 그 과정을 지켜보기 때문에 공정한 평가였다고 반박했지만 실제로 채점에 참가했던 이들의 말은 달랐다.
해당 학교에 근무했던 A강사는 2명만 채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 중 한 명이 사교육 종사자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이 각자 채점하는 식이 아니고 함께 상의하면서 평가했기 때문에 학원 강사가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일도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또 평가에 참여한 적이 있는 졸업생 B씨는 교사들이 이미 채점을 대충 해놓은 뒤에 학생을 불러 사후 점검만 시켰고 학생들은 아무런 견제를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학교 측은 올해부터는 사교육 종사자를 철저히 배제 시켰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는 대구의 한 대형 미술학원에 재직 중인 강사가 현재 경북예고에서 2학년 정규 수업으로 편성된 실기 과목을 맡고 있음을 확인했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심지어 지난해에는 미술학원 원장과 경북예고 전공교사를 겸임하는 강사가 대학 입시 과정에 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입시 중 '미술활동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전형이 있는데 이때 학생은 고교 교사의 확인을 받아야만 한다.
홍익대 측은 해당 학생의 보고서가 사실을 기반으로 했는 지 확인하기 위해 교사의 평가를 받고 있으며 교사의 평가는 "추천서와 같은 역할"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 때문에 강사나 사교육 종사자는 평가자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졸업생들은 지난해 경북예고에서 정규 수업 강사로 일했던 한 미술학원 원장이 몇몇 학생들의 보고서 평가자로서 학생들을 추천해줬다고 지적했다.
사교육에 종사하는 학교 강사가 대학 입시에 추천권을 가지게 된 셈이다.
이는 강사 개인의 문제를 넘어 학교에서 사교육 종사자를 강사로 재직시키고 성적 평가 권한을 줬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정규 수업이 이 정도니 방과 후 수업 강사는 당연히 대부분 사교육 종사자로 채워져있는 실정이다.
현재 이 학교 방과 후 수업 강사 중 다수가 현직 미술학원 원장과 강사로 구성돼 있다.
3학년 디자인과는 3명의 강사 중 2명, 2학년 디자인과는 4명의 강사 중 2명, 3학년 서양학과는 2명의 강사 중 2명 모두 등이 사교육에 종사하는 이들이다.
학생들은 학교가 방과 후 수업을 강요하고 듣지도 않은 학생들에게 돈을 내라고 요구한 이유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학교와 사교육 업계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학원 소속의 몇몇 강사들이 자신의 학원을 추천하는 등 공교육 현장에서 사교육을 부추기는 일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해당 학교에서 2년간 근무했던 A 강사는 "학원 강사들이 대거 학교에 근무하면서 결국 학교가 학원을 배불리게 해주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또 학원을 다니지 않는 학생들에게 위화감과 소외감을 주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대구시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장 조사를 통해 법에 위반되는 행위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