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 활력 찾기'에 주력한다면서도 소극적인 재정 운영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적극적인 확장 재정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정부가 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18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총세입은 385조원, 총세출은 364조 5천억원, 결산상 잉여금은 16조 5천억원, 세계잉여금은 13조 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통합재정수지는 일년새 7조원 넘게 늘어난 31조 2천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법인실적 개선과 자산시장 호조에 힘입어 초과세수가 몇년째 이어지면서, GDP(국내총생산) 대비 0.4~0.5%p 수준 개선된 수치다.
여기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도 10조 6천억원 적자로 2017년의 18조 5천억원 적자에 비해 8조원 가까이 줄어들며 3년 연속 개선됐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국가채무(D1)는 680조 7천억원으로 추계됐다. 기획재정부 이승철 재정관리관은 "국가채무는 전년대비 20조 5천억원 증가했다"며 "GDP 대비로 30%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가채무(D1)는 2016년 이후 3년 연속 38.2% 수준을 유지했다. 여기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부채를 더한 일반정부부채(D2)는 2017년 기준 735조 2천억원으로, GDP 대비 42.5% 수준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인 110.9%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로, 29개국 가운데 한국은 8번째로 낮다. 일본이 224.2%로 가장 높고, 프랑스는 124.3%, 영국은 117%, 미국은 105.1%에 이른다.
일반정부부채에 비금융 공기업 부채를 더한 공공부문부채(D3)도 2017년 기준 1044조 6천억원으로 GDP의 60.4% 수준이다. 관련통계를 내는 7개국 가운데 밑에서 두번째다.
따라서 IMF(국제통화기금)를 비롯한 국제기관들도 재정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을 넘어 '상당한 재정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면서, 우리 정부에 확장적 재정정책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돈을 곳간에 쌓아둔 채 적극적으로 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경기 둔화 우려 속에 기업이 투자와 고용에 소극적인 데다 가계 역시 소비 여력이 크지 않은 만큼, 정부가 '마중물'로 재정을 푸는 게 시급하다는 얘기다.
건국대 경제학과 최배근 교수는 "GDP 대비 중앙정부 채무비율이 0.3% 늘어난 건 이명박·박근혜정부와 비교해도 굉장히 양호하게 개선된 수준"이라며 "역으로 해석하면 정부가 너무 재정을 긴축적으로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선진국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적부채가 크게 늘어 여력이 없지만 우리는 다르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경기가 자칫 수직 낙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현 상황은 메르스에 수출 침체까지 겹쳤던 2015년과 비슷하다"며 "당시 GDP의 0.7%인 11조 6천억원을 추경으로 투입했는데, 올해도 비슷한 수준인 13조원 안팎의 추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기재부측은 "관리재정수지를 마이너스로 유지했다는 점에서 확장적인 재정 정책을 폈지만 예상보다는 그 폭이 크지 못했던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현 정부의 각종 정책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것도 소극적인 재정 운영 때문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운영위원장은 "전반적으로 일자리 등등에서 정책 효과가 잘 안 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좀더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정부는 관리재정수지가 적자이니 적극적 재정이라고 방어할 수 있지만 사회경제적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그만한 재정 여력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