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문(재인) 정권 들어 축산농가 냄새난다며 환경단체들이 난리피자 갑자기 농가들을 탄압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한 말이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사 2건과 함께 글을 올리며 문재인 정부를 맹비난했다.
해당 글에서 이 이원은 "(축산농가의) 오염 배출시설 뿐만 아니라 온갖 입지제한까지 묶어서 한꺼번에 즉각 해결하지 못하면 시설을 모조리 철거한다며 압박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대체 그 환경단체들이 뭐길래 우리 삶의 현장에 있는 농민들보다 예우하는 것이나"고 날을 세웠다.
문재인 정부가 환경단체의 주장에 따라 축산농가에 입지제한 등의 규제를 가하고 있다는 이 의원의 글, 정말 사실일까?
◇ 가축 분뇨 제한은 7년 전 MB정부 정책
이 의원은 이번 정부에서 갑자기 축산농가의 오염물질 배출시설과 입지제한 문제를 꺼내들었다고 주장했다.
환경 이슈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문재인 정부가 환경단체의 입장만을 대변해 축산농가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축산농가 철거는 문재인 정부가 아닌,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나온 정책이다.
2011년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고, 2012년 한미 FTA가 발효됐다.
이후 기존의 축산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됐다.
미국산 소고기 등 수입 축산물과 국내 축산물 간의 경쟁을 앞두고 국내 축산업계를 선진화시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2012년부터 '폐기물 배출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런던의정서)에 따라 가축분뇨를 바다에 배출하는 것이 금지됐고 가축분뇨 처리 문제가 사회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정부는 2012년 5월 '가축분뇨 관리 선진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바로 이 가축분뇨 관리 대책에 이언주 의원이 말한 오염물질 배출시설과 가축사육제한구역에 관한 내용이 등장한다.
수질오염과 악취 등을 막기 위해 가축분뇨 처리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축사는 물론, 하천 근처 등에 자리 잡은 '무허가' 축사를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2012년 5월 4일 환경부 보도자료
환경부는 '가축분뇨 관리, 공장폐수 관리수준으로 강화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보내며 수질개선을 위해 가축분뇨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무허가‧미신고 축사에 대해선 폐쇄명령 등 행정처분 조치를 신설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환경부는 보도자료에서 "축산농가의 대형화·기업화로 고농도·난분해성 오염물질인 가축분뇨 발생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관리는 20년 이전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종합대책 발표 직후 환경부는 2012년 5월 7일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가축분뇨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 정책 도입 당시부터 축산 현실 나몰라라
이명박 정부에서 발표한 축산농가 규제 대책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이미 무허가 축산 농가가 전체 18만호의 농가 중 30~40%에 달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1년 발표한 연구보고서 '축산업 선진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시·군 행정조사 결과에선 약 30.4%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표본조사 결과에선 약 40.6%의 축산농가가 건축법 상 축사로 등재되지 않은 무허가 축사였다.
여기에 정부 발표안을 적용할 경우 축사 폐쇄 또는 사용중지 처분을 받게 되는 농가는 40%보다 더 늘어나게 되는 셈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발표 이후부터 축산업계는 지속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축산농가의 현실은 무시하고 무리하게 규제를 밀어붙인다는 비판이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는 2012년 6월 즉각 정부의 가축분뇨법 개정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사진=한농연 성명서 캡처)
한농연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가축분뇨의 자원화 등 효율적 처리는 정부와 농가가 함께 고민해 나가야할 문제"라며 "축산농가의 우려를 수차례 정부에 전달했음에도 가축분뇨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 개최를 통해 환경부 방침을 강행처리하려는 작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12년 7월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가축분뇨법 개정안, 개선방안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도 관계자들의 성토가 쏟아져 나왔다.
간담회에서 이승호 당시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농가들이 가축분뇨법 개정을 강하게 반대하는 것은 생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농가들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를 정책으로 규제만 하려고 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 유예기간 3년 만료 알고도 거짓 주장
문제의 가축분뇨법 개정안은 결국 박근혜 정부 당시였던 2014년 3월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해 11월 이언주 의원이 서울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산업 진흥을 위한 입법공청회'에서 "갑자기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악취를 없애고 좀 더 환경을 깨끗이 한다는 이유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고 말한 그 법안이다.
'날벼락'처럼 법안이 개정된 것이 바로 박근혜 정부 때란 것이다.
당시 법 개정안엔 상수원 관리지역 등을 가축사육제한 대상 구역에 포함하는 등 규제 장치와 함께 무허가 농가들을 양성화하는 유예기간 3년이 추가됐다.
2014년 가축분뇨법 개정 내용
축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무허가 축산농가들을 합법적인 농가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친 뒤 규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이었다.
2018년 3월이 바로 유예기간 3년이 끝나는 해였다.
즉, 올해 정부에서 축산농가를 압박하기 위해 없던 규제를 만든 것이 아니라 이전 정부에서 설정한 유예기간이 이번 정부 때 끝난 것뿐이라는 말이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는 이미 한 차례 행정처분 유예기간을 연장한 바 있다.
지난해 3월까지 적법화가 어렵다는 축산농가의 의견을 따른 것이었다.
지난해 3월 국회는 가축분뇨법 부칙을 개정해 2018년 9월까지 적법화 이행계획을 제출한 축산농가에 한해 행정조치를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이언주 의원 또한 올해가 유예기간 만료 기한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이번 정부에서 나온 법이 아닌 것을 알고도 거짓 주장을 한 셈이다.
가축분뇨법 개정법률안(이언주 의원 대표발의)
이 의원은 지난해 2월 대표발의한 가축분뇨법 개정안을 통해 "(가축분뇨)법에서 적법화 유예기간을 3년 부여했으나 정부 스스로 관련 지침을 법 시행 후 8개월이 늦게 발표하였고, 미신고(무허가) 축사 실태조사도 19개월이 소요됐다"며 "축사 적법화 유예기한을 2년 연장"할 것을 제안했다.
종합하자면 축산농가에 대한 규제 정책은 이명박 정부에서 처음 마련했으며, 박근혜 정부 당시 정한 규제 유예 기간이 이번 정부 때 만료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정부에서 갑자기 축산농가에 가축분뇨 배출 등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이 의원의 발언은 의도적인 거짓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