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과 뇌물수수 등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 소속 김석한 변호사가 법정에 나오지 않은 가운데 검찰과 변호인 측 신경전이 이어졌다.
김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가 미국에서 진행한 소송을 대리한 인물로, 삼성그룹이 소송비를 대납한 이른바 '뇌물'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김 변호사의 진술 없이도 1심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가 인정된 만큼 중요치 않다는 입장이지만, 변호인 측은 직접 조사가 필요하다며 맞서는 상황이다.
3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 김 변호사가 증인으로 예정됐지만, 불출석했다.
앞서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김 변호사를 통해 이 전 대통령 측이 다스 소송비 대납을 원한다는 사실을 듣고 자금을 지원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러한 진술을 따져보기 위해 김 변호사를 증인으로 요청했었다. 지난해 1월 출국한 것으로 알려진 김 변호사는 이후 검찰이 수사 단계에서 인터폴 적색수배와 형사사법 공조도 요청했지만 아직 신병이 확보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은 "이 전 부회장은 김 변호사가 먼저 자금 지원 이야기를 꺼냈다고 하고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이 전 부회장이 먼저 지원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며 "서로 상반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김 전 기획관이나 김 변호사의 증언을 듣지 않는다면 정확한 입증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이 전 대통령이 뇌물을 수수했다는 것은 원심에서 각종 진술과 청와대·에이킨검프·다스 내부 문건 등을 통해 이미 확인됐다"며 "김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 자금이 이 전 대통령을 위해 쓰인 이상 이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인정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이 김 변호사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만큼 검찰 측이 김 변호사의 지위가 뇌물공여 공범인지 등을 확인해 달라 요청했다.
한편 오는 5일에는 지난달 증인 신문에 응하지 않았던 핵심 증인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법정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이끌어 내는 주요 증거로 쓰였던 이 전 회장의 비망록 메모 등에 대해 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