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세포에서 막 단백질 'TM4SF5'가 리소좀으로 이동하고 단백질 합성에 중요한 하위인자(S6K1) 활성화를 유발하는 과정. (사진=한국연구재단 제공)
국내 연구진이 간암 세포를 굶겨 죽이는 방법을 제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서울대병원 이정원 교수·이화여대 최선 교수 연구팀이 간암세포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아미노산(아르지닌)의 감지 및 이동능력을 차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최근 임상 연구들을 보면 간암 세포는 아미노산 중 하나인 아르지닌을 스스로 생성하지 못해 외부에서 섭취해야 한다. 아르지닌 분해효소를 처리해 간암 세포가 아르지닌을 이용할 수 없게 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내성이 동반되는 한계에 부딪혔다.
연구팀은 아르지닌을 분해하기보다 단백질 합성에 활용되지 않도록 세포질로의 이동을 제한했다.
생리적 농도 수준의 아르지닌을 감지하고 이동시키는 요인이 'TM4SF5'라는 막단백질임을 결정하고 그 저해제를 이용했다.
간암 세포가 자식작용을 통해 생체물질을 분해하고 나면 세포소기관인 리소좀 안에 아르지닌이 생긴다.
리소좀 안의 아르지닌 농도가 높을 때 TM4SF5가 이를 감지해 세포막에서 리소좀막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리소좀 안 아르지닌과 결합해 아르지닌 운송자(SLC38A9)에게 전달해 세포질로 이동하도록 한다.
이때 TM4SF5와 함께 리소좀막으로 이동한 신호전달인자 mTOR와 단백질 합성에 중요한 하위 인자 S6K1의 활성화가 일어난다. 세포질로 이동된 아르지닌은 간암 세포의 생존과 증식에 활용된다.
서울대 약학과 이정원 교수(왼쪽)와 이화여대 약학과 최 선 교수. (사진=한국연구재단 제공)
특히 연구팀이 그동안 개발해 온 TM4SF5 억제 화합물(TSAHC)을 이용하면 TM4SF5와 아르지닌의 결합을 억제하고 단백질 합성 신호전달에서 중요한 기여를 하지 못하게 저해할 수 있다.
이정원 교수는 "그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던 리소좀 내부 아르지닌 감지 센서를 생리적 수준에서 살핀 것"이라며 "아르지닌의 이동성 제어를 통해 궁극적으로 간암 세포를 굶겨 죽일 수 있는 단서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과 글로벌프런티어 사업 지원으로 수행했다. 세포 대사 분야의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 5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