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조' 경영방침을 유지하는 CJ그룹에서 노동조합 결성의 움직임이 싹트는 모양새다. 하지만 실제로 노조설립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5일 재계 등에 따르면,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의 CJ제일제당 라운지에는 최근 노조결성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가 실시됐다.
모두 407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83.3%의 응답자가 노조결성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특히 339명은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가입하겠다'고 응답했다.
그동안 CJ그룹은 사실상 '무노조'로 경영됐다. 2004년 한일약품과 2011년 대한통운을 인수했지만 노조는 인수 전 만들어졌다.
따라서 이번 설문조사를 계기로 CJ제일제당에서 노조가 만들어진다면 CJ그룹에서 사실상 자생적으로 탄생한 첫 노조가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영권 박탈'에 있다는 분석이다.
조 회장은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소액주주들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해 오너의 경영권을 견제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박 전 회장 역시 바로 다음날 아시아나항공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그룹 지배구조는 박 전 회장이 31.1%의 주식을 보유한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져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금호산업 주총에서 박 전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될 분위기가 감지되자 자진사퇴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결국 주주의 힘으로 오너의 경영권을 견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이에 따라 '무노조' 상황인 CJ그룹 임직원들도 노조를 결성해 오너의 경영권을 견제할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사태에서 '주주의 힘'을 확인한 노조도 '뭉치면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됐을 것"이라며 "노조 결성을 위해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분위기가 높은 것이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CJ그룹에서 실제로 노조가 자생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일반적으로 집행부격의 사람들이 나서서 노조원을 모집하는 '행동'이 나타나는지 여부가 노조 결성의 분수령으로 꼽힌다.
현재 블라인드 상에서는 노조 결성에 관한 설문조사 이후 두드러진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블라인드 앱 자체도 SNS상에서 익명으로 소통하는 게시판인 '대나무숲' 성격이 짙기 때문에 설문조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또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체 인원으로 계산해도 지난해 말 기준 CJ제일제당 임직원의 5.5%에 불과하다. 당장 노조 결성을 이끌 폭발적인 동력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숫자라는 평가다.
한편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회사가 노조 설립에 관여하지도 않고 개입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